연말이 다가오면 항상 초조해지거나 기분이 울적해진다.
한 해가 끝나가는데 작년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를 펼쳐 2025년도 다짐을 살펴보았다.
"나"를 중심으로는 빚 갚기, 영어공부, 한국사, 브런치 활동, 운동 및 건강 챙기기
"아이들" 중심으로는 첫째는 한국사 공부, 영어 리딩 점수 올리기
둘째는 학교적응, 영어노출, 피아노 학원 보내기
"마음가짐"으로는 식구들에게 화내지 않기 , 마음의 여유를 갖기, 쓸데없는 말 하지 않기
아니 욕심을 왜 이렇게 많이 부렸데?
나름 성과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한 목표로 인해 올해 내가 이룬 일들이 미비해졌다.
어쩌면 저 중 나를 가장 옭아매는 '빚'은 그다지 줄지 않고, 다른 것들만 열심히 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운 좋게도 열성적인 작가님들을 만나 공저 출판을 계약하기도 하고,
몸치인 내가 수영을 시작하여 5개월째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니고 있다.
드문드문이지만 아직까지 브런치에 생존신고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닌가?
첫째는 조금만 공부하면 잘할 거 같은데, 뺀질뺀질 게임에만 열중한다.
내가 관리해 주면 중학교 올라가서도 수월할 거 같아 문제집 진도만 체크해 주지만 항상 작심삼일도 못 간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자기주도 학습이라던데, 엄마는 너에게 자기 주도를 줘 버릴란다.
귀요미 둘째는 인제 초등학교 1학년이다. 이 아이에게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학교에만 잘 적응하면 고마울 따름... 초반에는 선생님께 학습이 느리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2학기 때는 잘 적응하고 '훌륭한 학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이 정도면 둘째는 올 한 해 성공이다. 다만, 산만함이 문제인데 올 초에 세운 영어노출은커녕 미디어만 실컷 노출되었다. 이걸 누굴 탓해, 핸드폰 사준 내 잘 못이지. 특히 핸드폰이 생기면서 극도록 눈이 나빠진 둘째는 '간헐적 외사시'라는 판정을 받고, 올 겨울 방학 수술 '사시 수술'울 예약했다. 둘째 아이의 눈 수술이 내 초조함의 80% 정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같다. 직장맘에게 겨울방학과 아이들의 건강이슈가 동시에 찾아오면, 뒤통수 퍽치기를 맞아 빙판길에 세게 넘어진 거와 다를 바 없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도통 생기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1월 1일 자로 인사발령 공고도 났다.
그렇게나 바라던 집 앞의 근무지는 날아가고, 현 근무지에서 조금 더 먼 곳으로 발령이 나버렸다.
한참 자라는 첫째의 성장기 시기와 겹쳐 갑상선, 치과 교정 가뜩이나 신경 쓸 것도 많은데, 딸의 안과 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이니 걱정만 가득하다. 그뿐만 일까?
새로이 발령 난 곳은 도서관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이라 업무를 적응해야 한다.
도서관이 아니어서 평일 특근, 주말근무 등은 없지만 기관의 특징에 맞는 나로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능숙하게 잘할 수 있을까?
지름길로 날 보내주거나 편한 길로 좀 보내주지, 그냥 묵묵히 가야만 하는 길들 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들로만 가득하니 세밑은 항상 초조하거나 기운이 빠진다.
내년 다이어리는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지 말아야겠다.
인당 2개까지만? 세우면 참 편할 거 같은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