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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동하다 Dec 26. 2019

복직했습니다

불안과 번복 그럼에도 다시 시작


복직했습니다. 


아직 복직원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지만 복직입니다. 

2018년 10월 1일부로 시작한 출산휴가

2019년 1월 1일부로 시작한 육아휴직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조기 복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애기를 하나 낳을 거라면(마지막 육아휴직이라면) 

초등학교 때를 대비해 한 달 정도 남겨두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이기도 했고

육아 정책은 매년 개선되지만 소급은 안 되는 터라 보험을 들어두자는 심정도 있었지만 

2020년이 되기 전에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큰 차이는 없는 시간이지만 

2020년 1월에 회사에 돌아간다면 지난 육아휴직의 시간들이 더 무겁게 느껴질 것 같은 심리적 요인도 컸죠. 


일반 직장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희 회사의 복직 프로세스는 

복직날을 얼마 남기고 저희 회사의 장이 연락을 합니다. 

본인이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팀장을 만나 뵙고 복직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팀장이 센터장과 국장에게 말씀을 해주셨고 

2주 전쯤 제가 다시 한 번 전화상으로 센터장, 국장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연락을 드리고 나자 

조기 복직이라는 게 크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아이와의 일상이 소중해지는 건 물론이고 

연말다운 연말을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쉬워지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출근에 대한 감각을 잊고 살다가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도 두려워지기 시작합니다. 

바뀐 업무 바뀐 시스템 무엇보다 바뀐 분위기와 사람 요인에 걱정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아, 괜히 먼저 간다고 했어


이 말이 턱밑까지 올라오다가 

몇번이고 다시 1월에 돌아가기로 했다고 연락을 하는 상상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날은 밝아왔습니다. 


전날 미리 입고갈 옷을 생각해두었고

가방을 싸두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내일부터 출근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았습니다. 

출근을 앞두고 주말 내내 느슨하게 지냈음에도 일요일날 갑자기 아기 책을 쇼핑하고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 늦게 귀가한 게 후회가 되기 시작합니다. 왠지 일찍 잠을 자지 않으면 내일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초조 불안감이 계속해서 들다가 결국 아기와 잠이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잠을 설치지도 않았고 

생각보다 아침에 딱 눈이 떠지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특별할 것 없는 아침이었죠. 

집 앞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탈까 하다가 이미 만석이 돼있을 것 같아 불안해져 대로변까지 나가 역까지 가는 통근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아침 사이에 이미 와있는 카톡을 확인하는데 

친한 언니의 기프티콘이 와있었습니다. 


'출근 길에 너 생각이 났어'
'앞으로는 네 인생을 더 챙기자' 



그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월요일 출근길 좀비 N명 중 하나였던 

제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광화문 네거리 앞에 섰다고 괜히 뿌듯해졌던 인턴 첫날 출근길

새 코트에 새 신발을 신고 엘리베이터를 탔던 출근 첫날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일을 하는 감각의 내가 있었지. 


잘 놀다 왔으니 이제 열심히 해야지, 하는 반응들

회사에서의 내 지난 공백은 쉼에 가깝겠지만 

그렇게 생각한들 이렇게 생각한들 

내 인생은 또 시작입니다. 


이제 진짜 복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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