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의 짭짤한 맛과 당근의 달달한 맛 그리고 고소한 참기름의 조합
얼마 전 3박 4일간의 서울여행으로 추억과 행복을 가득 안고 부산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필요 없는 감기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같이 놀았던 친구가 먼저 걸렸었는데 혹시 옮았냐는 걱정이 담긴 연락이 와서 차마 감기 걸린 소식을 알려주진 못했다.)
코로나 증상에 비해서 약했지만 코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랜만에 테라플루를 마셨지만 쉽게 낫지 않는 탓에 입맛이 없어 한 주 동안 저녁엔 죽을 끓여먹으려했다.
하지만 퇴근하고 와서 언제 야채 볶고, 쌀 볶고 물 넣고 끓여서 죽을 만들까.
막 퇴근한 직장인은 배고픈 와중에 30분간 쌀을 불리고 15분간 가만히 서서 주걱으로 죽을 저어가며 천천히 끓일 인내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첫째 날은 햇반과 야채참치를 사서 대충 끓여 먹었고, 둘째 날은 비비고 삼계죽을 사 먹었다.
하지만 계속 사 먹기엔 쓸데없는 저녁 식비가 나가는 게 아까워 며칠간 먹을 죽을 한꺼번에 끓이기로 결정했다.
먼저 쌀을 30분간 물에 불려준다.
물에 불리는 동안 당근은 잘게 다져주고 참기름을 두른 냄비에 넣어 볶아준다.
당근은 볶으면 볶을수록 단맛이 올라와 감칠맛이 생긴다. 그리고 볶지 않으면 풋내가 나기 때문에 꼭 열을 가해주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달달한 향이 가득 올라오면 기름을 제거한 참치를 넣고 당근과 고루 섞어준다.
그 후에 30분간 물에 불린 쌀을 넣고 5배의 양에 달하는 물을 붓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양의 죽을 끓일 땐 꼭 큰 냄비를 추천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천천히 저어가며 뭉근하게 끓여야 한다.
젓지 않고 놔두면 냄비 바닥에 쌀이 들러붙기 때문에 꼭 저어줘야 한다.
그냥 가만히 서서 휘휘 저어준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이 안 들고 그냥 죽만 가만히 쳐다보며 천-천히 젓게 된다.
그러다가 내 손에 한두 방울씩 튀는 뜨거운 죽 때문에 정신이 화들짝 깨기도 한다. 열심히 젓다보면,
줄어들긴 할까 싶은 많은 양의 물이 어느새 졸아들어 죽이 만들어진다.
소분하고 냉장 보관해두었다가 먹을 때마다 다시 끓여 먹을 것이기 때문에 90%만 익혀주었다.
간은 참치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기 때문에 별도로 소금을 안 넣어도 된다.
다이소에서 구매했던 반찬통에 담으니 개당 0.5인분 정도로 담겼다.
한번 먹을 때 두 개씩 끓여 먹으면 될 것 같다.
직접 죽을 끓여보기 전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음식일 것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단순히 물 붓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요리가 아닌가? 싶었다.
본가에서 엄마가 전복죽 끓이는 방법을 직접 보여주시며 알려주실 때 죽이라는 것이 적정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정성스러운 음식임을 깨달았다.
배달로 시켜먹는 죽은 비싸다. (내 개인적인 기준)
일어설 수 있는 체력이 있다면 죽은 직접 끓여 먹는 것도 좋은 듯하다.
근데,
따뜻한 불 앞에서 오랫동안 서서 요리해서 그런지 소분까지 완료하고 나니 감기가 어느 정도 호전되어 야채죽 먹을 마음이 조금 가라앉아버렸다.
[간단 레시피]
1. 쌀은 물에 30분간 불려준다.
2. 참기름 두른 냄비에 잘게 다진 당근을 볶아준다.
3. 달달한 향이 올라오면 기름을 제거한 참치를 넣고 고루 섞어준다.
4. 물에 불려둔 쌀을 넣고 5배 양의 물을 부어 끓여준다.
5. 팔팔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인 후 물이 졸아들 때까지 뭉근하기 끓여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