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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Nov 23. 2022

관심사가 만드는 습관

얼마 전 있었던 모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음식이나 음료를 먹을 때 먼저 냄새부터 맡아보는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딱히 내 행동 습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흥미로운 얘기였다. 사실 습관이란 건 말 그대로 내겐 너무 익숙한 것이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이상 남들이 말해주기 전까진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보기 시작하니 그런 습관이 왜 생겼는지 유추하기엔 쉬웠다. 나의 경우엔 대부분의 습관이 그 당시에 있었던 관심사로부터 생겨났다.


먼저 위에서 말한 냄새를 맡는 습관은 창작 칵테일을 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칵테일은 재료의 값이 나가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많이 마시면 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며 직접 마셔보기 어렵다. 그래서 항상 재료가 되는 리큐어들의 냄새를 먼저 맡아보고, 과연 얘네들이 섞으면 조화로울지, 또 섞는다면 어느 정도 비율로 섞어야 할지 미리 예상을 해보고 나서 만들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칵테일을 창작해 보려 하다 보니 주변의 모든 식음료들을 재료나 칵테일 컨셉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그래서 먼저 냄새를 맡아보면서 얘는 어떤 것들과 섞으면 조화로울지, 혹은 꼭 재료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런 느낌의 맛을 재현해 보려면 어떤 재료들을 써보면 될지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다음으로 습관을 만들었던 관심사는 보드게임이다. 평소에 보드게임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리고 무언갈 만드는 것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보드게임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러스트 부분이야 어차피 내 능력으로 안 되는 일이라 만약 진짜 만들게 된다면 친구와 협업할 생각이었지만 스토리나 메커니즘, 특히 메커니즘 부분은 내가 설계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그래서 그 당시엔 일상에서 겪는 모든 경험을 이걸 보드게임의 메커니즘으로 녹여낼 수 없을까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결국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 자체가 재미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최근에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는데, 바로 패션이다. 예전에는 귀차니즘이 심하기도 했고 아침잠이 많아서 옷 고를 시간에 더 자고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막 입기보다는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갖춰서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옷 잘 입고 패션 쪽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에 탈 때 사람들의 옷을 계속 보게 된다. 이렇게 조합하면 괜찮구나, 이런 아이템을 이렇게 사용할 수도 있구나, 색을 이렇게 매치하면 이상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잘 어울리구나 등을 경험하고 느끼고 있다.


회상해 보면서 관심사가 만들어준 습관 덕분에 시간을 훨씬 알차게 쓸 수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냄새를 맡아보는 습관 덕분에 같은 음식을 먹어도 더 풍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 메커니즘에 녹여보려는 습관 덕분에 사소한 사건들도 다시금 분석해 보게 되었으며, 옷을 보는 습관 덕분에 같은 길을 더 색채롭게 즐길 수 있었다. 내게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요즘은 취미가 많은 것이라 대답하고 있다. 취미가 많다는 것은 단순히 열정적인 삶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 덕분에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삶도 선사해 준다. 그리고 난 아직도 더 새로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들은 또 어떤 삶을 선사해 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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