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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Nov 22. 2022

AI가 되어가는 사람들

사람은 과연 AI로 대체될 수 있을까? 컴퓨터 기술이 나온 직후부터 오랫동안 논의되던 주제이다. 초기의 컴퓨터는 단순히 계산을 잘하는 기계 정도의 취급을 받았다. 따라서 바둑과 같이 복잡하고 고도화된 분야에서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충격적인 대국 이후 우리의 오만한 생각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바둑 외에도 지능을 다루는 분야에서 점점 사람보다 나은 AI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시 AI가 사람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분야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예술과 같은 창작의 분야였다. AI는 컴퓨팅 파워로 인해 엄청난 속도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 것에는 특화될 수 있지만, 창의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미술 대회에서 우승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출처: 트위터)

그러나 최근에 예술 또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에서 열린 미술 대회에 Midjourney AI가 그린 그림이 우승을 한 것이다. 물론 디지털 기술을 허용하는 디지털 아트 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그린 그림에 살짝 수정만 하여 제출한 작품이 우승을 한 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 대회에 사용된 Midjourney AI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text2image 였지만, 현재 구글, 페이스북 등의 빅 테크 기업에서 text2music, text2video 등의 기술도 속속히 발표하고 있다.


게다가 예전의 AI 성과들은 뉴스나 논문에서만 볼 수 있는 먼발치의 것들이었다면, 현재 발표되고 있는 이미지 관련 AI 기술들은 일반인들도 무료로, 혹은 소정의 금액만 지불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열려있다. 실제로 위 대회에서 수상한 Midjourney AI도 디스코드를 통해 쉽게 사용해 볼 수 있다. 최근에 주호민 작가가 일본 느낌의 일러스트를 만들어주는 노블 AI를 활용하여 자신의 사진을 미소녀로 만든 영상이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AI는 예술의 분야도 정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장악력이 무섭게 뻗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사람이 AI보다 나은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어떤 분야에서도 그 분야는 사람을 이길 AI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기고 진다는 것은 결국 어떠한 평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데, 해당 기준으로 학습만 가능하다면 밤새 노력하는 AI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AI가 따라잡을 수 없는 부분일 수도 있다. 위의 문장처럼 AI는 우리가 어떤 분야와 그 분야에서의 평가 요소를 결정해 줘야만 학습이 가능하다. 즉, AI는 자주적으로 목표를 정하고 스스로 성취도를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외부에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그중에는 자제하지 않으면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한 욕구들도 있지만, 반대로 더 좋은 세상을, 그리고 더 좋은 내가 되기 위해 외부에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에서 나온 행동의 평가는 보통 외부가 아닌 나 자신의 속에서 스스로 느끼게 된다. 가령 우리가 배고파서 밥을 먹을 때 얼마나 먹어야 배부른지 남이 정해주지 않는다. 봉사활동을 통해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도 외부에서 몇 시간 일하면 뿌듯함을 느낀다는 기준으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나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AI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요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점에서 벗어나 점점 AI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특히 학생들을 보면 그렇다. 학생들은 강제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되고, 시험 점수와 입시라는 철저한 외부 기준에 의해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는 어른이 되었다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도 돈, 지위, 명예와 같은 이미 대중적으로 정해진 목표를 따르면서 정형화된 기준에 의해 평가받는다. 이러한 삶을 살면 과연 AI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아마 입시 AI, 승진 AI 같은 것을 만들면 사람보다 훨씬 결과가 좋을 것이다. 다들 AI 같은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을 찾고, 이를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게서 나오는 진실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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