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by 리타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지 윤슬 하면 구슬이 먼저 떠오른다. 작게 반짝이는 빛들이 산개해 있는 모습이 마치 구슬들이 차르르 굴러다니는 것 같다. 이러한 심상 덕분인지 차르르와 발음이 비슷한 '찬란하다'라는 표현에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라는 느낌이 든다. 김이나 작사가는 찬란하다에 대해 '눈이 부시다', '빛나다'와는 달리 개인의 감상이 들어간 표현이라고 했다. 그래서인가, 잔물결을 따라 수없이 흔들리는 빛들을 감상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그리고 그렇게 가만히 멍 때리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윤슬은 정말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단어일까. 지인의 소개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읽고 있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재밌게 봤던 소설에서 내가 그 안의 등장인물이 되어도 재밌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명언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가 하하 호호하며 감상하는 윤슬도, 어쩌면 그들에게는 치열한 현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자신의 영향력을 뻗치기 위해 사방으로 빛을 뿜어대는 태양. 그리고 그 빛으로부터 자신의 깊은 속내를 지키려는 바다. 그들의 격렬한 전장에서 튕겨져 나온 도탄이 우리 눈에 맞은 게 바로 윤슬인 것이다. 아침부터 쉬지 않고 싸워대던 전쟁은 선혈빛 노을이 사방에 뿌려지고 나서야 잠시 휴전을 맺는다. 하지만 밤의 휴식은 태양에게만 허락되었을 뿐이다. 바다에게는 야속하게도, 달이 떠오르고 있다.


바다에게 달은 애증의 관계이다. 평소엔 자신을 끌어당겨 밀물로 만들어주면서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밤이 되면 저편으로 넘어간 잊으려던 태양빛을 굳이 다시 가져와서 나를 비춰댄다. 태양과의 싸움을 열렬하기라도 하지, 이렇게 달이 만들어낸 빛의 되새김질은 조용하게 스며들어 가슴 깊이 차갑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시린 가슴도 멀리서 보면 새벽 감성일 뿐이다. 그래서 바다는 차라리 아무도 없이 조용하고 어두운 그믐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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