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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N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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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타 Jan 30. 2024

비염약의 부작용

일어나니 아침부터 콧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비염이 또 도졌다. 오늘은 저번주보다도 덜 춥다는데 왜. 근데 뭐, 아침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놈의 콧물은 회사에 가서도 멈추지 않았다. 킁. 킁킁. 몇 번 킁킁거리다가 슬슬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서랍에서 비염약을 꺼내 먹었다. 이럴 줄 알고 항상 넣어놓고 다녔지.


가지고 다니는 비염약이 정말 잘 들어서, 먹으면 바로 잘 낫는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안 먹고 참고 참다가 결국에야 먹는 이유는 부작용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 때문에 너무 졸리다. 안 그래도 잠이 많고 게다가 식곤증도 심한데 비염약을 먹고 나면 점심시간 직후에 눈을 뜨고 버티기가 힘들다. 그리고 회의는 항상 꼭 그 시간에 잡힌다. 오늘도 결국 회의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비염약은 왜 이런 부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나를 힘들게 할까.


생각해 보니 부작용이라는 말도 참 이상하다. 부작용의 부(副)는 부회장 같은 단어에 쓰이는, 주된 것 다음 정도의 의미다. 전혀 부정적인 의미는 없다. 영어로 보면 side effect로 단순히 다른 작용이라는 의미가 더 잘 느껴진다. 그럼에도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건, '부'라는 글자가 나쁜 의미로 많이 쓰여서 그런 것일까. 괜히 같은 발음으로 태어나서, 부작용은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로 시작하는 부정적인 단어가 또 어떤 게 있을까 하다가 부채가 생각났다. 얘도 참 재밌는 단어다. 어떤 부채는 사람을 시원하게 하고, 또 다른 부채는 사람을 싸늘하게 한다. 요즘 가계 부채가 문제라던데. 나도 부채가 있다. 전세 대출. 전세 대출 상환액의 40%만큼 소득공제를 해준다는 걸 알았다면 작년에 조금이라도 상환했을 텐데. 그랬으면 이번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올해는 꼭 전략적으로 돈을 써야겠다.


언제까지 전월세 신세일까. 요즘 다시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겨서 그런지 이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계약 기간은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 청약 공고를 주기적으로 보고 있는데, 조금 괜찮은 곳이다 싶으면 가장 작은 평수도 턱도 없는 금액이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또래 중에서는 소득이 많은 편일 텐데, 이런 나도 대출을 풀로 받아도 힘들면 정말 이런 곳은 부모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인가.


예전에 어떤 심리 테스트에서 나는 자립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도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의존되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래서 담배도 안 하고, 술도 혼술은 안 한다는 약속을 하고 있고, 게임도 너무 빠질 것 같으면 확 끊어버린다. 이제는 중독보다 시간이 없어서이긴 하지만, 게임을 줄인지도 꽤 됐다. 최근에 나온 팔월드가 그렇게 재밌다던데. 이번에도 직접 하진 못하고 유튜브나 스트리머 에디션으로 즐기게 될 것 같다.




요즘 바빠서 그런지 글 쓰는 게 점점 뜸해진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 조각들을 고심하고 엮어서 글로 만드는 편이라, 바쁘면 조각이 잘 발생하지도 이들을 뭉칠 포인트도 잘 느끼지 못한다. 일간 이슬아처럼 거의 매일같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물론 각자의 성향이 있겠지만, 나는 저렇게 못 하겠던데.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정말 못 할까? 왜? 주변 사람들에게 글 쓰라고 권유할 때, 잘 쓰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단 아무 말이나 쓰면서 시작해 보라고 하면서 정작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가볍게 그냥 글쓰기. MBTI에서 N 중에서도 극도의 N이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안드로메다로 갈 때가 종종 있다. 그냥 그 흐름 그대로 글로 옮겨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해서, 평소 쓰는 글보다 가벼운, N의 단상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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