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깡패다.

난임진단서 프리패스

by 남산책


'나이가 깡패다'

내가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자주 하게 된것은 결혼계획을 잡고 있을때부터였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서 정할 수 없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것도 순서 없다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말을 체감하는 순간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구나와 조금만더 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주변에게 결혼을 발표하면서 동반자에 대한 호구조사는 당연한 질문 리스트에 한가지다.
'뭐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만났는지 나이는 어떻게 ?
아직 회사사람들은 우리 부부의 나이차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냥 나보다 연하이고, 3-4살정도 어린 친구로 소개되었다. 사실 친한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친하지만 별로 연락안하는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때는 도둑이 따로 없네 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대체 어떻게 꼬셨나고 물어보는 통에 기분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내가 뭐 잘못한 짓을 한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이 드는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돈으로 매수할 정도로 보쌈을 해오고 싶을 정도로 특출나거나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혼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조율이 없는 감정기복. 어린데도 불구하고 대화하는 것이 잘 통한다는 것, 그리고 배려가 뭍어나는 그의 말투가 나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결혼은 그냥 저냥 넘어갔다. 돈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 우리들 마음대로 식을 정해버린 것. 사실 다른 사람들의 의사를 존중할만큼 나는 아량이 넓지 못했다. 이때도 남편이 어려서 나이가 깡패다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았다. 결혼에서 중요했던 것은 경제력이였으나, 그의 나이 만큼이나 적거나 많게나 모아둔게 없는 경제력의 갭은 나이에 비례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마흔줄 가까워지고 우리 부모님에게 는 이제 결혼 못할 딸의 나이가 깡패였다.

난임검사를 시작하고나서에도 나는 깡패였다.
난소나이가 내나이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남편의 정자가 1.5배가 많다는결과도. 나팔관 조영술검사도, 호르몬 수치도 다 정상이지만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다 정상이지만, 환자분 나이로는 난임진단서를 받아가실수있으니, 시술 생각이 있으시면 보건소에 국비 지원신청을 하시라는 이야기해주셨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시험관 시술을 받고있을 나를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선생님도 아직 임신시도가 일년이 되지 않아서 둘다 몸에 문제가 있어서 임신이 되지 않을 사유는 없다는 진단으로 나는 안심되지 않았다. 이제 정확하게 확률싸움이라는 생각에, 나는도 말도 안되는 이상한 승부욕이 생긴걸 수도 있다.

진료실에 나와서 대기하는 동안, 우리또 이제 무엇을 해야하는 건가. 나팔관조영술이 끝난 직후 자궁내 나팔관들들이 청소가 되어 임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사선생님의 조언을 듣고는 또 우리는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아진 나의 몸으로 한달 테스트가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또 안될 수도 있으니, 그냥 난임진단서를 뽑아서 집으로 가자라는 나의 의견에 다른 환자 진료를 보고 계신 의사선생님이 급하게 써주신 진단서를 가지고 집으로 간다. 가는 차안에서 진단서를 보았다. 그 난임 진단서의 난임원인은 원인불명이며, 난임시술이 필요사유로는 '여성연령 35세이상이나 1년 이상 ' 에 체크가 되어있었다.

나는 나이로 난임시술 프리패스권을 받았지만,
이 묘한기분을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이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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