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탓도 너탓도 아니지만, 운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by 남산책

내가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담그는 첫경험.

내 알지 못하는 무지의 일들이 닥쳐왔을때다.



임신 이 또한 내가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게이트 같은 것이였다.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저지르고, 시작하자는 마음만 컸던것은 아니였을까. 시도에 실패를 반복하고 결국 터저버린 우리는 서로를 모르는 무지를 알아가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서로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한다.


여성의 경우는 난자 검사나, 가임력 검사주기는 보통 20-30대 초반까지는 2-3년에 한번이고, 30중반 부터는 1년에 한번씩하는 것을 권장한다. 나는 이미 가입력 검사와 난소나이 검사로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별도의 다른 영양제나 주사는 필요없지만 가입력을 높이는 엽산과 비타민 D, 마그네슘 같은 영양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남성은 권장 주기는 3개월이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때만 3개월로 검사를 하거나, 시험관 시술을 하게 되면 3개월에 한번씩 정자 검사기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DIY 정자 키트를 알게 되었고, 남편도 하고 나에게 보여줬지만 사실 나는 전문가의 소견이 듣고 싶었다.

활동성이나, 정자의 수는 정자키트로도 증명이 되지만 상대적 비교군이 없었고, 나는 사실 수치화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비뇨기과 보다는 난임전문 산부인과에 가서 정자검사를 하는 것을 추천하는 후기를 듣고, 남편에게 집근처 부인과에 가서 정자 검사를 하고오라고 했다. 일주일 정도의 금욕을 하고 정자 검사를 하고 온 남편은 엄청난 현타를 겪게 되었다. 부인없이 산부인과를 갔고, 가서 혼자 정자검사를 하고 온 자신이 느낀 기분을 설명하는데 내가 하고 오라고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내가 혼자 비뇨기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온 상황이지 않을까? 나에 대한 괜한 극성맞음에 순진한 남편이 휘둘린 결과이지만 정자 검사로 우리는 아무런 탈이 없는 부부임을 입증한다.


확인하고 나니, 어떻게 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날 타이밍을 잘 잡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난자는 배란후 약 2-3일 생존을 하게된다. 그리고 정자는 여성의 체내에서 3~5일간 생존할수있다고 한다. 배란전 1-2일 부터 배란 당일까지가 수정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나에게는 유력하나 4-5개월 우리들의 데이터를 보았을 때는 이론상 완벽했다. 관계의 날을 더 높이기도 해보았다. 하지만 완벽한 이론과 결과값이 일치하지 않았다. 생리 주기가 일정해도 배란일의 오차가 있다고 한다. 배란일의 확률을 높이기위해 배란테스트기의 공부를 해본다. 배란테스트기의 사용 후기를 보면서 공부했고, 일정하게 나의 몸에 대해서 공부했지만, 상대적비교군으로는 나의 몸상태를 알 수 없었다. 선의 선명도가 흐리거나, 그다음날 뚝 선이 없어지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드니, 우리는 결국에 또 관계의 날을 배란일 전후로 3일을 잡고 약 일주일간 노력해본다.


어렸을때 동네 아주머니들이 대화하는 이야기 속에 임신 위해 무엇을 했다 뭐를 먹어봤다 어떻게 해봤냐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때는 속으로 조금 듣기 거북하고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생활에 나오고 나선 남초회사에 있었지만 다른팀의 여자가 많은 부서에 있으면 항상 대화속에 빠지지 않았던 신혼이야기나, 결혼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왠지 낯설고 껄끄러운 이야기들을 어떻게 저렇게 할수있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 나는 남초회사에서 아이 낳은 친구들 중 그래도 나의 상황을 알고있는 친구들이 한번씩 물어볼때면, 예전에 아주머니들이 했던 이야기를 내가 입으로 하고 있을때를 많이 느끼곤한다.

예전에는 농담처럼 들리는 이야기들을 지금은 임신에 실패한 나에게는 임신성공설을 그야말로 대학합격후기같은 성공후기였다. 관계 후 쟁기자세를 한다는 친구도, 무조건 술먹고 관계할때 두번씩을 해야한다는 선배말도 쉽게 임신이 되었던 친구들을 걱정하지말고 그냥 즐기라는 썰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들의 성공 후기이기 때문이다. 이걸 또 나는 받아 적어야 할 정도로 진지하게 듣고 있는 나에게 또한 현타가 온다.


혼자 프리랜서로 일하는 남편도 어디선가 주워들어서 우리 이거 한번 해볼까 ?라면서 자세에 대한 의견을 묻곤한다. AI가 알려준 성자세인가, 유튜브에서 본 후기인가. 나에게 그저 사람의 기본 적인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의 쾌락과 희열의 단어로 표현되었던 시절은 어디갔고,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자와 난자의 수정 확률 높일수 있나 생각하고 연구해야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우리는 의학과 AI 그리고 임신 성공 후기를 하나씩 해본다. 한달에 한번의 결과값을 보기위해 이번달도 실험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임신은 확률 싸움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분명 그 확률을 높일 수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나는 이 임신의 가장 큰 문제가 내 나이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어서,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내 탓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닥달해서 남편을 부인과에서 정자 검사를 하게한 이유도,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어서 되지 않았다는 은연중의 내탓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네탓을 하게되는 이유를 만들어 투정했고, 결국에는 아무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의 나이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은 난임진단 통지서를 받은 순간이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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