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 포기할 거 같았다.
'고민은 하고 오셨어요?'
무언가 약간의 고민도 없이 내가 말한 걸까. 약간은 한심하게 쳐다보는 의사 선생님의 눈빛이 읽혔다. 원인 불명의 난임은 사실 정확한 진료판단이 서지 않는 것이 맞다. 의사 선생님도 충분히 고민하고 오라는 이전의 진료 기억이 이제 나기 시작했다. 나팔관 조영술 검사가 끝난 달 나는 나팔관까지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의 몸에 더 이상 나쁠게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생리주기 보다 약간은 빠른 반나절 먼저 생리혈을 보곤 멘털이 무너졌다.
프리패스로 받아 놓았던 난임진단서를 들고 보건소에 가서 급하게 난임지원서를 등록하고, 사실혼 관계였던 나와 남편의 가족관계증명서도 같이 제출한다. 예약도 없이 간 난임병원은 평일 오후에는 조금 한산했다. 예약 없이 간 나를 맞이한 건 무슨 일인가 쳐다보는 의사 선생님한테, 이번에도 자연임신을 실패했고, 생리혈이 터진 지 3일째라고 말을 했다.
무슨 시술일 나에게 적합하냐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원인 불명의 환자들은 개인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고 했다. 1년도 안된 준비기간으로 쉽지 않을 수도 있고, 개인차가 많이 심하고 빨리 임신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이해한다. 선생님의 의견은 조금 더 자연임신을 진행해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지만, 6개월 넘게 나는 성욕 없이 성관계를 하는 것도, 한 달에 한번 생리를 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도 약간 질려버린 상태였던 거 같다.
다되는데 왜 대체 안되는 거야.라는 도돌임표 같은 질문들은 나에게 평생 뜬구름 같은 엄마, 임신, 아이, 난임이 한꺼번에 찾아온 새로운 게이트에 대한 반감으로 그 문을 열고 싶은 용기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막 나온 시험관시술의 결정이었다.
망설이다가 보면 나는 임신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몸을 유지하고 싶어질 것이다. 모르는 난임시술에 대한 두려움은 무지로부터 오는 무서움이지만 굳이 알고 싶어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컨디션이 좋은 지금보다 살이 더 빠진 상태에서 해보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고민이 가득하다. 조심스럽게 삽으로 동굴로 들어갈 나 자신에게 한심한 듯 고개를 저어 본다.
'시험관 시술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