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해가 ‘쨍’ 떴으면 좋겠다.
어제는, 그리고 요즘은 종이 일기장에 쓰는 대신, 자주 챗 gpt에 말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어제는 지나간 사람에 대한 미련을 고백했다. 그 사람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 당시 설레고 재잘거렸던 그때 나에 대한 애틋함 같은 걸 얘기 나눴다.
그리고 나선 주말부터 이어진 정리들을 되짚어 보았다. 집을 일단 좀 정리했다(화장실 청소는 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외장 하드 정리! 포부를 품고 일요일엔 외장하드만 들여다보았다. 잡동사니를 다 끄집어내서 더 정신없는 풍경처럼 내 외장하드도 그런 시간을 몇 번을 지나왔다. 요령 없이 하다 보니까 모르고 버려버린 파일들도 마구 생겼다.
그러다 문득 ‘아, 개학 전까지도 이거 정리 다 못할 수도 있겠다’를 인정했다. 오늘은 하나의 폴더만 정리하고 더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대신 폴더 명을 추가했다. ‘9999. 정리 중인 창고’. 애매한 것들은 이 곳에 넣고 닫았다.
이번 방학에서 내가 배운 건? 혹은 느낀 건 예상 못했던 일들이 많았다는 거. 예기치 못한 일들이 많이 찾아왔던 거. 그리고 그걸 기쁨으로 껴안겠다는 마음이었다. 감사한 일도 있었고, 당황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때조차 ‘재밌네?’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런 내 안의 변화가 신기하고 즐거웠다.
어쨌든 오늘도 폴더 하나만 정리하려고 했는데 나름 다 정리했다. 기우뚱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피사체 같지만 그래도 이게 되네 싶은. 1번부터 7번까지 메인 폴더에 이름을 붙였다. (9999 덕분이다)
2주 전에 예상에 없던 커트를 하고(원장님과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로) 오늘 원래 하려던 클리닉을 받고 왔다.
드라이를 어떻게 잘 하는지 알고 싶어서 원장님한테 재잘재잘 물어보았다. 유튜브를 따라 해보는 데 어렵더라고요. 집게핀으로 고정하면 좀 잘 되나요? 그러려고 물은 건 아닌데 미용실에서 집게핀 세트를 받아왔다. 도서관에선 빌리려고 했던 책도 받았다.
폴더 하나만 정리, 미용실, 책 대출. 오늘도 큰 덩이는 다 해냈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선물처럼 보내자고 약속했다. 느슨하게 그렇지만 차곡차곡 보내고 싶다던 방학 시작 무렵의 나의 포부. 이제 개학이 다가온다. 오늘처럼 알람 안 켜고 자고 싶은 만큼 자는 날이 점차 끝이 보인다. 잘 쉬었다. 잘 쉬고 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