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한 나의 모서리

(2023. 2. 4.) 세 번째 과제

by 강은

세 번째 과제를 쓰기까지 가장 힘들었다. 이미 앞선 글에서 썼던 두 번째 과제 후 느꼈던 다른 이에 대한 질투, 내 글에 대한 자격지심 같은 가라앉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제도 어려웠다.

주제는 바로, "내게 인생의 비밀을 가르쳐 준 사람은?"이었다.


일단, '인생의 비밀'을 논하기에도 할 말이 많다. 그런데 그걸 알려준 '사람'? 그런 극적인 사람이 내게 있었나? 보통 인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사람은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정말 비밀을 알려준 사람이거나, 나에게 큰 시련을 안겨준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너무 뻔하니까. 물론 뻔한 걸 뻔하지 않게 잘 쓰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지만 뭔가 다른 게 없나 찾았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처음 명동에 놀러 와서 강매당했던 가방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결국 뻔한 이야기를 잡았다. 실은 완성이 안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 이전에 썼던 글을 조금 바꿔서 과제를 제출했다. 바로 우연히 만났던 나의 첫 제자 이야기였다.




세 번째 과제를 발표하기 전, 1부 강의에서 이남희 교수님은 '내적저항'이라는 단어를 꺼내셨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곳에 집중을 하는 것인데, 이를 방해하는 마음의 작용에 대해 말씀하셨다. 마감 전에 괜히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하는 것도 내적저항의 일종이라고. 강의하시는 이남희 교수님도 그랬다고 했고, 박완서 작가님도 그런 일화를 말하셨다고 하셨다. 그 말이 엄청나게 위로가 되었다.


나 역시 이번 과제를 진짜 미루고 미루다 썼다. 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내기는 했지만, 다시 보기도 싫었다. 내 순서가 돼서 어쩔 수 없이 읽는데 의외로 좀 울컥했다. 아직 학교와 아이들에 대해, 몇 년 전 시간들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이 남아있었나 보다. 아직 이 주제에 대해서 나는 할 말이 많다고 느꼈다.


이 날은 강의가 끝나고, 교수님과 수강생들과 같이 처음으로 점심을 같이 먹었다. 인원이 많기에 룸이 있는 중국집에 가서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나는 짬뽕을 먹었는데,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고 입은 꾹 다물고 있었다. 뭔가 말을 하기 민망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헤어지려는데, 몇 분이 내게 차를 한 잔 마시자고 권했다. 그렇게 나를 포함해 네 명의 동료들과 이야기를 했다. 소수여서 그런지 카페에서는 서로의 글에 대해서 말이 끊기지 않고 수다를 떨었다. 카페에서 만난 동료들에게 나도 이렇게 말했다.

"네 저도 강좌 이후에는 제가 쓰고 싶은 글 더 써보고 싶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알게 돼서 좋았다. 새로운 세계가 나에게 열렸구나 싶었다. 집에 와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직 지지 않은 햇살을 좀 더 보려고 블라인드도 다 걷었다. 이번 강좌가 끝나더라도 후속 모임이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내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세 번째 과제가 의외로 또 내 날것의 감정들을 건들었다. 나는 나의 일터인 교실과 아이들,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 할 말이 더 많은 것 같다.




일전에 알쓸인잡에서 RM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하루에도 쏟아지는 수많은 앨범들. 그 속에서 자신의 음악도 소음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에게도 어떤 모서리가 있겠거니 하면서 나아간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글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있다. 멋지다! 그리고 나도 나만의 매력이 또 있겠지. 그렇다면 나만의 모서리가 있다고 믿으면서 꾸준히 가보려 한다. 가다 보면 또 새로운 모퉁이를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길도 만나겠지. 그때도 지금도 나는 내 삶과 내 글을 용기 내서 믿어보려고 한다.



울퉁불퉁한 나의 세 번째 과제

https://brunch.co.kr/@writer-kang/17




케잌.jpg 이것은 참고로 드로잉의 세 번째 과제


그래도 드로잉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니, 전에 과제보다는 완성도가 뭔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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