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먼저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

(2023.2.25.) 여섯 번째 과제 후

by 강은

글쓰기 강좌도 어느덧 종강을 앞두고 있었다. 여섯 번째 과제 주제는 "두 개의 가치관이 부딪힌 갈등".


'갈등'이라... 어떻게 써야 하나 어려웠다.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거나 소리치면서 달려든 경험 같은 거..(기억이 안 날 수도 있겠지만)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굳이 남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어릴 때, 아빠가 길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걸 보면서 느꼈던 수치심의 반작용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소리치는 것대신나는 피하거나 참는 걸 택했다. 내게 벌어졌던 끄집어낼 만한 갈등이 무엇이 있을까?


교수님은 과제를 안내하면서 '갈등'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고민하는 시간보다 쓰는 시간을 늘리세요'라는 말도 함께 덧붙이면서. 그 말에 무슨 힌트가 있겠거니 해서 그 주에는 계속 카페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몇 시간 죽치고 앉아서 끄적이고 지우며 시간을 보냈다. 쓰다 보니 기분 나빴던 장면을 떠올려야 했다. 그때 그 장소로 나를 다시 데려가는 걸 되풀이하다 보니 불쾌하기도 하고 힘들었다. 이미 해결된 줄 알았는데... 그 일을 되살리다 보니 그때 느낀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더 쓰다 보니 내 입장도 내 입장이지만, 상대의 입장도 헤아려졌다. 당시는 내 기분에 몰두했다. 그리고 내 기분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어른인 나는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하고,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나고, 때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내가 받은 상처를 보듬었다.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좀 괜찮아졌을까? 아이도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글로 다시 쓰고 나서야, 그 아이의 상황에도 눈길이 갔다.




평소처럼 수강생들 앞에서 과제를 읽는데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울컥을 넘어서 오열을 했다. 눈물, 콧물이 너무 나서 결국 다른 분이 내 글을 마저 읽어주었다.


수업이 끝나고,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 한 분이 나를 기다렸다.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는 따뜻한 글을 쓰시던 맏언니 같은 분이셨다. 그분이 나를 말없이 안아주셨다. 거기서 또 한 번 2차 오열했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는 우리 둘만 있었다. 나는 "독자가 아니고, 작가가 이렇게 울어버려서 어떡해요."라며 징징거렸다. 울먹거리는 내 말을 듣더니 그분은 말했다.

"근데 나는 작가가 먼저 울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날, 같이 수강을 듣는 왕언니들이 밥과 차를 사주셨다. 번개 뒤풀이였다.. 서로의 글을 이야기하면서 따뜻하게 주고받던 눈빛들이 기억난다.


폭풍오열을 한 게 머쓱했지만 한 편으로는 개운했다. 어찌 보면 괜찮다고 넘기고 지나갔을 과거의 사소했던 일을 다시금 글로 쓰면서, 내 마음과 주변에 대해 관찰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https://brunch.co.kr/@writer-kang/21

<6번째 과제 : 두 개의 가치관이 부딪힌 갈등>


이번 글은 있었던 일을 최대한 쭉 다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친절하기는 했지만, 반복되고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삭제해야 하는지가 어려웠다.(지금도 삭제는 어렵다.)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글쓰기에 관한 책도 읽으면서 쇼잉(Showing)과 텔링(telling)의 적정선들과 삭제의 중요성을 조~금 알게 되었다. 여전히 나아가는 중이다. 어떻게 서지도 않고 바로 질주를 하겠나?!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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