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3. 4.) 에세이강좌가 끝나고
8번의 수업으로 에세이 강좌는 끝났다. 겨울에 시작해서 어느덧 봄바람이 불고 옷차림도 가벼워졌다. 수강생들의 마지막 글도 읽었다. 그중 한 분이 지금껏 함께해 온 에세이 강좌를 소재로 쓰셨다. 글쓰기와 씨앗의 발아를 연결시킨 글이었다. 나를 언급한 부분도 있어서 반가웠다. (역시, 나랑 관련이 있을 때 몰입도가 가장 높다.)
일전에 내가 수술을 하고 휴직을 했던 일을 소재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런 나의 시간을 휴면기라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나를 동물이 소화를 시켜 배설물로 나오는 과정을 겪고 발아한 씨앗 같다고 했다. 관심 있게 나를 관찰해 주셔서 감사했다. 그분의 글처럼, 요즘 나도 화려한 꽃보다는 단단한 나무에 더 눈길이 간다. 오래 터를 다지고, 기다리고, 지나와서 싹을 틔우는 강인한 생명력. 그래서 더 높고, 더 많이 보듬을 수 있는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마지막 수업이니만큼, 끝나고 다 함께 식사를 했고 차를 마셨다. 당시 나는 타인의 이름이나 사건을 글로 담는 것이 고민이었다. 에세이는 나와 주변의 이야기를 하는 장르인데, 혹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웠다. 어디까지 그대로 담아야 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용기를 내어 물었다. 교수님은 가명의 사용, 그리고 사례들을 섞어서 사용하는 팁을 언급했다. '그치, 사실을 쓴다고 모두 진실이라고 할 수 없지. 그리고 진실만이 꼭 정답이 아닐 수도'란 생각이 살짝 스쳤다.
그리고 "결국은 기술보다는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 마음속에 찌꺼기처럼 쌓이고 쌓여서, 이걸 어떻게든 풀어내야겠다는 마음이 흘러넘칠 때, 그런 에너지로 글을 썼던 것 같아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그게 교수님의 첫 작품이고 시작이었다고 했다. 그 말에서 용기를 얻는다.
자연스럽게, 수강생들 사이에서도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리고 내가 후속 모임의 운영장을 맡았다. 운영이라고 하니 거창하다. 밴드를 만들고 매주 한 편씩 써서 올리기로 했다. 수강생 몇 명과 지하철을 타고 가다 엉겁결에 맡았지만, 꾸준히 쓰는 장치를 마련한 것에 의의를 둔다. 한 번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운영장으로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나서서 리더를 맞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한 번 시도해 본 경험도 분명 내게 남는 것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2023년 3월 2일 감사하게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몇 년 전 떨어지고 '흥, 돌아보지 않을래.' 하며 덮어놓았다. 브런치 선정에 관한 팁들도 읽어보면서 기획서를 다시 보완했다. 강좌를 수강하면서 내가 공들여 쓴 글도 모였다. 무엇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다. '떨어지면 또 하면 되니까.' '브런치에서 인재를 몰라본 거지 뭐.' 이런 근자감을 가지면서...
작은 시작이다. 이제 오월이니까 한 3개월 해보니, 큰 횡재보다는 그냥 꾸준히 쓰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물론, 마음속으로 혼자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래도 씨앗을 뿌렸고 잘 가꿔보려고 한다. 물론 브런치 합격 알림을 받고 나서 기쁨에 겨워서 엄마에게 바로 자랑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