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랑 Jun 16. 2021

과거형 행복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이 지나면 주말이 더 가까워지니 조금 더 힘을 내주세요. 저는 어제보다는 조금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계획대로 아침 일찍 일어났고, 일을 제시간에 끝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일찍 퇴근했기 때문이지요. 새삼스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오늘의 우울을 물리쳐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기쁨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힘을 주는 것들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들은 어떨까요. 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루를 살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것들이 때때로 기쁨과 행복을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하던 일이 오늘은 잘 풀려 기분이 좋다던지, 사랑하는 사람이 오늘은 빨리 퇴근해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던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아쉬운 것은, 좋은 일은 대체적으로 과거형이 되어서야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열다섯 살에 엄마가 장미를 사다 주었을 때 정말 기뻤는데, '

 '스무 살에 친구들과 밤을 새워가며 놀았던 때가 정말 좋았는데, '

 '그저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했을 때 정말 좋았는데.'

 와 같이 말입니다.


 기쁨과 행복은 그 기분에 취해있느라 기쁘거나 행복하다는 문장을 떠올릴 시간조차 없어서 늘 과거형이 되고서야 기쁘고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합니다. 현재형으로 알 수 있다면 더 기쁘고 더 행복할 것 같은데 말이에요. 

 '내가 지금 행복하구나, 너무 좋다.'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지 않을까요?


 행복할 때 행복하다고 말을 꺼내는 것이 행복을 현재형으로 깨닫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좋으면 좋다고, 기쁘면 기쁘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 순간을 더 즐길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과거형이 된 후에도 꺼내어 보기가 쉬워요. 기쁘고 행복했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겨두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 기분이 좋다고, 당신이 일찍 와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힘들기만 한 하루들이었다고 기억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행복한 날이 있었다고, 힘든 시간만 보냈던 것은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잘 기억하기 위해 작게 메모도 해두었습니다.


 당신께서는 어떤 때에 행복을 느끼시나요? 최근에 기쁘고 행복했던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라도 기쁠 때, 행복할 때 작은 메모라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작은 행복은 때때로 쉽게 잊히기도 하니까요. 차곡차곡 모아두면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는 행복 더미가 되어있을 수도 있답니다. 한 달, 일 년이 지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와 달리 기분이 나아져 마음이 좋습니다. 당신께도 좋은 기분이 옮아가길 바랄게요.


 해가 저물어갑니다.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끼니도 잘 챙겨 드세요. 저는 내일 또 편지하겠습니다. 


21. 06. 16. 물. 아름-.

매거진의 이전글 감정의 소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