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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 May 07. 2019

#1. 월급이 적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가계부를 쓰는 이유







  꼬박 6년을 다닌 대학교를 졸업한 후, 우여곡절 끝에 중견기업에 취직했다. 이름난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업계 1, 2위를 다투는 안정적인 회사였고 연봉 조건도 괜찮았기에 무난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첫 월급을 받을 무렵, 설레는 마음에 월급관리 책을 한 권 샀다. 그 책에서는 사회초년생 때 월급의 60%는 저축해야 한다고 했다. 목돈이 필요한 행사가 줄줄이 남아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저축 비율은 줄어들 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자취 생활을 하면서 그만큼 저축하기에 내 월급은 턱없이 모자랐다. 당시 집에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월세 및 공과금이 약 50만 원, 회사를 다니면서 나가는 핸드폰 요금과 교통비, 점심값이 30만 원 정도였다. 자잘한 식비, 의복비를 최대한 줄이고 월급의 반 정도인 100만 원씩 적금을 부으면 1년간 모을 수 있는 돈이 최대 1,200만 원. 경조사비, 병원비, 교육비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그보다 적으리라.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그렇게 저축해도 서른 살은 되어야 간신히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 액수가 되었다.





  '앞으로 내 연봉이 껑충 뛸 거라는 가능성만 믿고 가야 하나? 한 번 초봉이 정해지면 두고두고 연봉 올리기가 힘들다던데. 지금이라도 다시 대기업 입사를 노려야 하나? 학교에 다니면서 모아뒀던 돈도 이제 바닥이 보이는데, 언제 끝날지 모를 취업 준비 기간을 내가 또 견딜 수 있을까…. 아, 어찌 되었든 이대로라면 흔히들 말하는 '크게 어려움 없는 삶'은 내겐 영영 어려울지도 모르겠구나.'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그 책을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고(그때만 해도 월 수입이 200만 원 남짓인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월급관리 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볼 수 있는 내용을 추려서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통장을 나누고 적금을 들고, 매일같이 가계부를 쓰고 지출 내역을 들여다보며 1년 동안 어찌어찌 1,000만 원 하고도 얼마인가를 더 모았다. 이후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이 돈은 내 삶의 황금기 중 하나였던 재취업 준비기를 지낼 자금이 되었다.



하루의 마지막을 함께한 가계부에
빼곡히 적힌 목록에는
내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취미를 어떻게 새로운 능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저녁 시간들, 회사 생활이 힘들어져 매일같이 술로 버텼던 나날들, 마침내 첫 직장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터키행 비행기표를 끊었던 순간까지. 내가 어떤 때에 무엇을 하느라 얼마 정도를 썼는지, 한 달 생활비는 최소 얼마가 필요한지, 갑작스러운 지출은 보통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하는지, 가계부에 남은 기록은 미래 설계에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가 되었다.






   내가 매일 가계부를 쓰는 이유는 내게 알맞은 미래를 몇 번이고 그려보며 내 행복을 찾아가기 위함이다. 첫 직장보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 디자인팀으로 이직을 했고(그래서 월급은 오히려 줄었), 결국 은행과 부모님의 힘을 빌려서 월세에서 전세로 이사를 갔다. 이번 달 식비가 많이 나온다 싶으면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들을 하나 둘 포기하고, 퇴근길에 '어디 돈 나올 구석 없을까'하고 궁리하는 평범한 사회초년생이다.

   본격 가계부 4년 차가 되었지만, 나는 아직 재테크 도사가 되거나 내 집을 장만하지는 못했다. 이제야 숨을 고르고 투자 상품을 기웃거리거나 주택 청약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 정도이다. 이 글은 돈 관리를 이제 막 시작하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매일 저녁 가계부를 쓰면서 어떻게 돈 새는 구멍을 찾고 낭비를 줄일지, 재정 상태를 개선하려면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 앞으로 경력은 어느 쪽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매일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고민했던 나의 기록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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