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상이라는 게 있다.
그 시절엔 모두가 그랬지 싶은 모습이 있다.
아버지도 그렇다.
나 때의 아버지는 화를 내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제가 왜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게 그렇게 화를 내고,
윽박지르고, 어머니를 때리고 밀치고 욕을 하셨나요.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제가 왜 그렇게 미워하지 못하게
열심히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셨나요.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왜 하필... 본인의 우울을 화로 승화하셨나요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왜 우리 아버지 세대는 남자는 약하면 안 되는 세대라,
우리 아버지를 그다지도 슬프게 하셨나요
우리 아버지 눈물 내 손에 받아줄 수 있다면.
우리 아버지 연약함 내가 안아주고 바쳐줄 수 있다면.
우리 아버지 힘들게 이 악물고
남을 미워하는 힘으로 살아갈 시간에
술 잔을 나눌 웃음이 있었다면.
아버지, 아버지, 차라리 남의 아버지였으면
동정이라도 했을텐데.
아무것도...
사랑도 미움도 동정도 동경도 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 어디로 가야할지.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그 시대의 아버지.
가여운 아버지.
미운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