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다.
맛있어서 마시다 보니 조니워커 블랙라벨 한 병을 다 마셧다.
처음에는 제로 사이다를 타서.
두 번째는 제로 사이다를 조금 타서
세 번째는 그냥 온더락으로.
그렇게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한 병을 다 마셨다.
취하니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싶다.
애절한 사랑 고백을 하고 싶다.
나의 어머니가 되어 줘서 고맙다고.
아버지는 6을 9로 보는 것을 모르지만
어머니는 9를 6으로 보는 것을 아셔서 고맙다고.
학식은 짧지만 지혜로운 나의 어머니.
술에만 취하면 그렇게 전화해서 주저리 언저리 말을 하고 싶은 나의 어머니.
깨고 싶지 않아.
취한 채로 계속 있고 싶어.
몇 시간째 윤동주, 이육사, 정철, 허난설헌의 시와 시조를 따라 두들기는 키보드를 멈추고 싶지 않아.
자고 싶지 않고 깨고 싶지 않아.
이대로 영원히 쭉.
어쩌면 몇시간 째 두둘기는 키보드야 말로 답답한 사람들의 숨통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