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웹툰작가이자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강물수의 에세이
<웹툰콘티, 나만의 속도>
“완성될 원고의 전개와 구성을 미리 가늠해보고 계획할 수 있는 웹툰 연출.” 나는 이 정의를 새롭게 발견하기 전까지, 팀과 함께 만드는 웹툰의 방향성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팀 코어의 첫 번째 단편 <인간다움>을 마친 후, 팀 회의에서 한 의견이 나왔다. “다음 작품에서는 작품의 이미지와 스토리가 더욱 구체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이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처음에는 레퍼런스를 찾아 분석하고 변영하는 것이 해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팀원들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리의 식탁> 3화까지의 소설 원고를 마치고 각색 단계에 들어서면서, 내면의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나는 세부적인 작업에 힘을 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성향이었지만, 동시에 그것이 팀원들의 창작권을 침해할까 염려되었다. 이 두가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 괴로웠고, 웹툰을 그리면 그릴수록 그 고민의 무게는 더해만 갔다.
그러던 중 작법서를 다시 읽으며 콘티의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콘티를 통해 완성될 원고의 전개와 구성을 미리 가늠해보고 계획할 수 있다.” 이 문장이 팀원들이 바라던 ‘구체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나는 그동안 콘티는 러프하고 빠르게 작성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콘티에도 여러 형식이 있었다. 글(대본) 콘티, 섬네일 콘티, 스케치 콘티, 러프 콘티… 어떤 작가는 대본을 먼저 쓰고 세부 콘티를 그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작가만의 독특한 연출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내 불안과 갈등이 조금씩 해소되기 시작했다. 세부적인 콘티가 통제가 아닌, 오히려 팀원들과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게 된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는 내 성격과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안다. 그것은 잘못이 아니라 단지 다른 방식일 뿐이라는 것을. 작법서의 한 구절처럼 “특별히 한 가지 형식의 콘티만 고집하는 경우보다는, 필요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콘티를 만들며 자신의 편의에 따라…” 우리는 우리 팀에게 가장 잘 맞는 형식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콘티는 이제 나에게 새로운 단계의 작업이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밑그림이 아닌, 나의 세밀한 성향과 팀원들의 창작권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소통의 언어다.
오늘도 썸네일 콘티, 스케치 콘티를 동시에 작업하며 과정마저 완벽하지 못한것에 낙담을 했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답답한 한편 마음이 편했다. 아마 익숙해지면 작업하는 것에 대해 느끼는 괴로움이 덜해지고 즐거움이 커질 거 같다. 견딜 수 있는 고통, 딱 그정도로만 줄일 수 있다면 나의 작업은 한 평생 계속될 것이다.
참고도서 | 웹툰 기획 무작정 따라하기, 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