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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Sep 15. 2021

매콤 칼칼 후난 미시엔(湖南米线)

面条之路_芙南人

四川人不怕辣(쓰촨인은 매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贵州人辣不怕(꾸이저우인은 매워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湖南人怕不辣(후난인은 맵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매운맛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중국 생활 초기에 매운 요리를 대표하는 지역이 어디인지 찾아봤다. 당연히 화자오(花椒)의 쓰촨이 일등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뒤집는 의외의 결과가 있었다. 중국 매운맛 대표 지역은 쓰촨, 꾸이저우, 후난 3곳이었는데 가장 깊은 매운맛을 선보이는 곳은 다름 아닌 후난 지역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후난(湖南)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후난성의 수도인 창샤(长沙)도 많은 성도 중 손꼽히게 낯설었다. 하지만 조금 찾아보니 그곳은 마오쩌둥의 고향!!! 한국 어르신들에게 널리 알려진 관광지인 장가계(张家界)와 4대 고성 중 하나인 봉황 고성(凤凰古城)이 있었고, 게다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4번째로 이전한 곳이었다.


후난성의 약칭은 '湘(샹)'인데 이는 후난성에서 가장 큰 강인 '湘江'에서 따왔다. 따라서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인 후난 요리는 '湘菜'라 불린다.


후난인의 매운맛 내공이 가장 깊다는 것을 설명해 주는 문장이라 할 수 있겠다.


매운맛의 특성은 지역마다 다른데 마라(麻辣)로 유명한 쓰촨은 ‘분지’라는 위치 특성상 덥고, 습해 매운맛을 즐기며 땀을 뺀다. 화자오를 듬뿍 넣은 얼얼한 마라의 매운맛은 입 주변을 빠르게 얼얼하게 하지만 오래가지는 않고 금세 사라진다.


다양한 고추를 제대로 쓴 칼칼하고 깊은 매운맛인 후난 요리. 한국식 고춧가루의 매운맛과 유사하다. 후난인은 몇 가지 고추를 블렌딩해서 매운맛을 세밀하게 나누어 먹고, 매일 고추를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고추 사랑이 유별나다고 한다. 후난 요리의 매움은 위까지 파고들어 오래간다.


매운맛을 즐기는 호탕한 후난 여성들을 지칭하는 단어도 있었다. 바로 ‘辣妹子’. 매운 음식 먹을 때 숟가락으로 양념까지 퍼먹는 나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구나 싶어서 괜스레 애정이 갔다.


후난 요리에는 '둬자오(剁椒)'라고 불리는 고추 절임을 많이 사용한다. 후난 미시엔에도 둬자오가 빠질 수는 없다. 후난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芙南人>으로 갔다. 당연히 매운맛 쌀국수를 시켰다. 후난 쌀국수는 광시, 장시와 더불어 중국 3대 쌀국수 중 하나라고 한다. 후난 미시엔의 육수는 쯔란 향이 강하게 나서 국물을 제대로 맛볼 수는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양 꼬치와 함께 먹는 쯔란(孜然)은 좋아하지만 쯔란 맛 육수는 썩 좋아하지 않는다. 처음 먹었을 때는 ‘쯔란향이 강하네’라고만 생각했는데 먹다 보니 콧물이 주르륵 주르륵. 맵긴 맵다아아.


 셰프님이 매운 멸치볶음을 가져다주셨는데 엄마가 종종 해 주시던 한국식 멸치볶음과 매우 유사한 맛이었다. 위의 건강을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한번쯤 도전해볼만한 후난 면요리였다.


후난에서 열린 고추 먹기 대회, 1분에 50개를 먹은 아저씨가 우승을 차지했다고.


후난 지역 대표 관광지 (출처: 바이두)


辣妹子라는 매운 양념 브랜드와 노래도 있었다.



왕징에도 지점이 있는 芙南人, 양념장 셀프 코너에서 입맛대로 골라서~
쑤안떠우를 가득 넣어 먹었다
한국식 멸치 볶음 생각나던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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