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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Sep 23. 2021

하루 한 그릇의 행복, 란저우우육면(兰州牛肉面)

面条之路_张川人

즐겨보는 ‘腾讯视频’의 ‘풍미 원산지(风味原产地)’ 우육면 시리즈는 새벽 2시 란저우(兰州)의 '소리'로 시작한다. 바로 몇 천 개의 식당 주방에서 들려오는 밀가루 반죽 소리. 이 소리가 경쾌하게 도시 전체를 감싼다.


황하가 도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란저우. 간쑤(甘肅)성의 성도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면인 ‘兰州牛肉面’의 고향이다. 兰州牛肉面.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수타로 면을 뽑은 뒤 소와 양의 간, 무로 낸 맑은 육수에 고수, 파, 고추기름을 얹어서 먹는 소고기 탕면. 이슬람교도인 회족이 만들어 할랄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清真’ 요리다.


370만 명이 넘는 란저우 사람들은 이 우육면 한 그릇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누군가는 이를 ‘란저우 사람들의 신성한 아침 의식’이라고 명했다. 란저우에서는 매일 40만 kg의 밀가루가 사용되고, 200만 그릇의 우육면이 팔린다.


중국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면집이 바로 란저우 우육면 집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노란 배경의 빨간 글씨. 니우러우멘을 먹을 때는 주문 후 하얀 모자를 쓴 회족 청년이 수타로 면을 치는 시작부터 한 그릇의 뜨끈한 우육면이 나오는 완성의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구경한다. 대부분 오픈형 주방에서 면을 뽑기 때문이다. 면 뽑기부터 한 그릇의 우육면이 완성되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란저우 우육면을 표현하는 글귀는 ‘一清二白三绿四红五黄(일청이백삼록사홍오황)’. 맑은 탕, 흰 무, 녹색 고수, 붉은 고추기름, 노란 면발을 의미한다.


란저우에서 회족인 마바오즈(馬保子)가 1915년에 거리에서 지금과 같은 국수를 처음 만들어냈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말에서 내리고 그 맛을 알면 차를 세울(闻香下马,知味停车)’정도의 명성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황하 상류에 있는 란저우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강수량이 적어 이곳의 밀가루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탄탄함을 자랑한다. 치댄 밀가루에 탄산 칼륨 녹인 물을 넣고 계속 치대다 보면 노란 빛깔의 반죽이 완성된다. 많이 치댈수록 쫄깃함이 배가되는 것은 당연지사. 3mm의 가장 얇은 면에서 손가락 굵기의 굵은 면까지 다양하다. 


자주 가는 우육면 집은 왕징역 근처의 <张川人>이다. 18위안에 우육면 한 그릇의 행복. 오전 10시에도, 오후 3시에도 우육면 한 그릇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면은 누렇고 국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다.

우육면 한 그릇의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도시, 란저우
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다양한 굵기의 면들, 넙적한 면도 기대 이상으로 쫄깃
면은 누렇고 국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다.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
애매한 식사 시간에도 누군가는 꼭 우육면을 먹고 있다.
조식도 매우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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