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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Sep 24. 2021

야들야들 양고기, 꾸이저우 양러우펀(贵州羊肉粉)

面条之路_豪胆水城羊肉粉

'양꼬치에 칭따오’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 때문에 양 꼬치를 제외한 다른 요리는 잘 찾아먹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에 살면 살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들 양고기 참 좋아하네. 중국인들에게 훠궈의 기본 고기는 당연히 '양러우(羊肉)'고(종류도 양고기가 제일 다양하다), 푸드 코트에서 내가 꾸준하게 ‘니우러우멘(牛肉面)’을 시킬 때도 중국 친구는 꼭 ‘시베이양탕(西北羊汤)’이나 ‘양러우파오모(羊肉泡馍)’ 같은 걸 시켜서 맛있게 먹는 거였다. 친구에게 양고기 특유의 냄새…그런 거 있잖아~ 쭈뼛쭈뼛 설명해 보려고 하면 금시 초문이라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양고기 진짜 부드러워.


이 정도면 양고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먹으러 갔다. 꾸이저우(贵州) 양러우펀(羊肉粉). 뜨끈하게 끓인 양탕에 매운 고추기름과 고수, 적당히 익힌 탱글한 쌀국수를 넣고 얇디얇은 양고기를 얹어서 먹는 그 누들.


중국에서는 ‘南粉北面’이라는 말이 있는데 북방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면(面)’을, 남방 사람들은 쌀가루나 전분으로 만든 ‘펀(粉)’을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양러우펀의 고향, 남쪽 지역인 꾸이저우에서는 쌀국수가 메인이다.


꾸이저우 사람들도 오래전부터 양탕과 양고기를 즐겼던 것은 아니다. 양고기 특유의 누린 내 때문에 제사 음식으로나 이용했다. 80년대 접어들면서 마늘, 고수 등으로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내는 방법을 깨달았고 이후 양러우펀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으로 거듭났다. 遵义羊肉粉, 金沙羊肉粉, 水城羊肉粉, 黔西羊肉粉, 兴义羊肉粉 등 꾸이저우성 내 지명 이름이 붙은 다양한 양러우펀이 있다. 국물 조리법이 제 각각이라 지역별 양러우펀의 맛은 같지 않다고.


지하철 7호선과 10호선이 만나는‘双井站’ 바로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따종디앤핑 양러우펀 인기 맛집 순위(排行榜) 4위에 랭크된 집이다.


양러우펀의 핵심은 역시 양으로 우려낸 육수다. 누린내 없이 깔끔해야 한다. 명성답게 이곳의 양러우펀은 깊고 깔끔했다. 부드러운 양고기 몇 점이 더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단돈 26위안에 양러우펀과 맛있고 매콤한 감자볶음까지 나오는 타오찬에 무엇을 바랄까.


‘米粉’이 어찌나 탱글 탱글한지 먹다 보면 마치 입안에서 춤을 추는 느낌이다. 밥에 비해 면을 빨리 삼키지 못해 오래 씹어야 하는 나로서는 마치 면과 숨바꼭질을 하는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내 템포대로 제대로 씹으면서 먹으면 40-50분은 족히 걸린다.


면을 중간쯤 먹었다면 식초를 넣을 차례다. 베이징에 처음 왔을 때 만두도 간장이 아닌 식초에 찍어 먹고, 마라탕이나 면 요리에도 꼭 식초를 넣어먹는 중국인들을 보면서 식초를 넣으면 맛있나? 의구심을 품던 나였지만 이제 나도 '식완주(식초 완소주의자)'가 되었다. 부드러운 양고기를 식초에 찍어 먹으면 입맛이 확 돈다. 그러니 원래의 맑은 육수를 충분히 즐기다 중간쯤에 식초를 육수에도 살짝 뿌려서 훨씬 다양해진 맛의 변주를 즐기자.


西北羊汤과 羊肉泡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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