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어드벤처, 탕후루(糖葫芦) 타임

Try is Important!

by 심루이

‘생활탐색자’이자 ‘도시산책가’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마이크로 어드벤처(Micro Adverture)’다. 마이크로 어드벤처는 앨러스테어 험프리스의 <모험은 문밖에 있다>에 나온 신조어로 짧게, 쉽게,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 속 모험을 의미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작고 소소하게 탐험과 모험을 즐기는 방식이랄까. 필요한 것은 많은 시간과 돈이 아니라 당장 문밖에 나설 용기와 도전 정신이라는 것이다. 험프리스가 말한 정의와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낯선 도시를 거닐다 보면 사방이 마이크로 어드벤처다. 난생처음 보는 골목, 먹어보지 못한 음식, 색다른 문화와 새로운 음료까지… 주변이 모두 나에게 "한 번 시도해 볼래?"라고 말을 건넨다.


'탕후루(糖葫芦)'도 그중 하나였다. 베이징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인 탕후루는 후통 어디에서나 쉽게 마주쳤는데, 처음에는 그냥 당기지가 않았다. 멀리서 보면 참 예쁘고 영롱한 모습이었는데 설탕을 떡칠하고 있는 모습이 과도하게 화장을 한 사람처럼 비호감이었달까? 새로운 것은 뭐든지 한 번 시도해본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나였지만 ‘저것만은’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버렸다.


탕후루가 미세먼지의 나라 미지의 골목에 너무 오픈 되어 있으니 위생적이지 않아서 탕후루를 먹지 않는다는 의견을 봤었는데,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위생보다는 너무 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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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난뤄구샹을 걷다가 또다시 탕후루를 만났다. 여느 때처럼 그냥 지나쳐가면 되는 거였는데 갑자기 마이크로 어드벤처 신이 내게 빙의했고, 위챗으로 15위안을 결제했다. 너무 달면 한 입만 먹고 버리면 되지 뭐. 짜릿한 단맛을 각오하고 입 속에 넣는 순간. 어? 생각보다 안 달잖아, 꽤 맛있잖아?


정말 생각만큼 달지 않았다. 그간 시도도 해보지 않고 탕후루의 달콤함이 지나칠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던 스스로가 민망해졌다. 한 입 베어문 심이가 눈을 흘기며 내게 말했다. 엄마, 거봐, 맛있잖아! Try is important라고!


이후 우리는 종종 ‘탕후루 타임’을 가진다. 단 것을 나보다 더 싫어하는 심이도 길가에 탕후루가 보이면 늘 군침을 흘리며 하나 사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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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운 탕후루 타임!!!




송나라 때 황궁의 음식으로 시작된 탕후루는 북경 지역을 대표하는 중국 전통 간식거리 중 하나로, 산사나무 열매 혹은 딸기, 키위 등 다양한 과일을 끼워 달콤한 시럽을 바른 뒤 굳혀 만든다. 최근에는 다양한 종류의 탕후루가 나오고 있지만 역시 전통 과일인 산사나무 비중이 가장 높은데, 산사나무 열매는 소화를 도와 기름진 중국 음식을 먹은 뒤에 유용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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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탕후루 이미지 (출처: 바이두)




탕후루 모험 이후로 나의 일상은 미세하게 변했다. 길을 걷다 가게 앞에 길게 늘어져 있는 줄을 발견하면 메뉴도 파악을 하지 않은 채로 자연스럽게 줄에 합류해본다. 내 차례가 오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외친다. '来跟他一样的(저 사람과 같은 걸로 주세요)'


보수적인 선택은 내게 안정감을 주지만 발견의 기쁨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아주 작은 용기와 아주 조금 색다른 관점, 설사 실패하더라고 너그러울 수 있는 관용과 유머가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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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파는 데 이렇게 줄이 길지? 우선 줄을 서보자




베이징에서 할 수 있는 마이크로 어드벤처 3


1. 탕후루 먹기

mmexport1634042113852.jpg 후통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탕후루


2. 취두부(臭豆腐) 먹기: 취두부는 두부를 소금에 절인 뒤 석회 속에 넣어 발효시킨 중국 음식으로, 특유의 냄새로 잘 알려져 있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맛있는 음식인 취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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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뤄쓰펀(螺蛳粉) 먹기

광시 지역 전통 국수로 우렁이 국수다. 우렁이(螺蛳)를 끓인 육수에 면을 넣어 먹는 것으로 퀴퀴한 냄새로 알려져 있다. 정작 면에는 우렁이는 없음, 먹어보면 중독성 있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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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_도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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