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를 만드는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베이징을 산책하다 어떤 가게에 테라스 자리가 있으면 바이두 지도에서 상호를 찾아 꼭 ‘즐겨찾기’를 해 둔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다가도 잠시 브레이크를 잡는다. 나는 테라스 덕후니까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조만간 올게'라고 혼잣말하며 모으는 '베이징 햇살 맛집들'.
나의 테라스 사랑은 아주 오래됐다. 신혼집을 합정역으로 구한 것도 합정역 뒷골목에 테라스를 구비한 크고 작은 카페들이 즐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여느 덕후처럼 가끔 무모해진다. '여기 볕이 너무 뜨거운데 괜찮겠어?'라고 친구들이 말하는 정중앙 자리에 꿋꿋하게 앉아 햇살을 정통으로 맞는다. '아 덥긴 덥구나' 싶을 때 불어오는 바람 하나에 ‘역시 이거지!’ 하기도 한다.
테라스가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은 나의 오래된 로망인데, 매일 아침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좋아하는 책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삶의 어떤 굴곡도 잘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상한 배짱까지 생긴다.
나는 고집이 센 엄마이므로 심이가 ‘삼총사’라고 명명한 우리는 아주 더운 여름에도 종종 테라스 석에 앉아 있다. 어느 주말, 사람이 매우 붐비던 싼리툰 대사관 근처 카페 <DA GIU LIANO>의 테라스는 거의 만원이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세 명이 앉을 만한 자리는 나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불가능이 없는 삼총사는 결국 몇 명에게 양해를 구해서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냈다. 조금은 비좁은 자리였지만 우리는 무릎을 맞대고 앉아서 시원한 '아아'와 귀여운 케이크를 냠냠 먹었다.
어후 등이 뜨거워, 하던 아이도 그늘이 조금씩 넘어오자 기분이 좋아져서 이상한 사진들을 마구 찍어 대기 시작했다.
예전의 나는 고집보다는 배려가 늘 앞선 사람이었지만, 요즘의 나는 조금 더 이기적으로 변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그냥 하려고 한다. 내가 조금 더 좋아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니까. 특히 삼총사 멤버들 앞에서는 거리낄 게 없지.
대사관이 몰려 있는 三里屯西五街와 北小街. 이 아담하고 한적한 거리에는 <DA GIU LIANO>, <Peach Panino Teca>, <Peter Pan>등 테라스 맛집들이 많다. 거리를 걷다가 끌리는 곳으로 들어가 햇살을 즐겨보자.
베이징러에도 소개된 적 있는 <DA GIU LIANO>의 미니 케이크들.
베이징_도시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