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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루이 Aug 05. 2022

4. 세상 친절한 중국 상식: 여성의 지위

어머니는 잔소리를, 아버지는 식사 준비를 하는 중국 

일례로 오래된 중국 명절 가요인 ‘창후이지아칸칸’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명확하게 “어머니는 잔소리를 준비했고, 아버지는 맛있는 식사를 만드셨네”라는 내용이 나온다. <세상 친절한 중국 상식>


베이징에 가기 전에 막연하게 풍문으로만 들었던 '중국 남자들은 요리도 잘하고, 자상하대'라는 말은 사실일까? 우선 TV 드라마에서 남자들이 요리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중국요리에 필수적인 '웍'이 워낙 무거우니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면들을 목도할 수 있었는데 우선 심이를 데리고 간 대륙의 키즈 카페에 아빠의 비율이 한국보다 높았다. 비율뿐 아니라 아이를 먹이고,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 놀러와 대륙의 키즈카페를 몇 번 간 친구도 '중국 남자들이 전반적으로 조금 더 자상한 것 같다'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국제 학교에서는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아빠들도 많았다. 


이른 아침의 마트에서 야채를 들었다 놨다 세심하게 고르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할아버지들이었다. 딱 봐도 하루 이틀 느낌은 아니었다. 긴 줄을 기다려 조식을 사서 자전거 바구니에 대파를 골프채처럼 꼽고 조식 봉다리를 손에 쥐고 페달을 밟는 남자들을 볼 때면 마음이 좀 복잡했다. 식재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기는커녕 마트에 가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나의 아빠가 떠올랐다. 


어학당 교재의 '지위'라는 단어의 예문, "우리 집에서는 엄마가 아빠보다 지위가 높다."를 봤을 땐 신기했다. 교과서에 이렇게 당당하게 예문이 올라올 정도구나. 중국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리더 마오쩌둥이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받치고 있다.' 여성들을 일하게 하기 위해 한 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일하는 여자들의 비중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여성의 지위 또한 올라갔다. 대기업 내 여성 임원의 비중도 한국이나 일본에 비교하면 높다고 한다. 


베이징에서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타오바오나 징동 등 쇼핑몰이나 뉴스에서 '妇女节'를 대대적으로 알리기 때문이다. 8일 오후에는 거리에서 꽃 다발을 들고 있는 남자들을 종종 마주친다. 크리스마스에도 공식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중국이지만 3월 8일 오후에 모든 여성 근로자들은 공식적으로 휴가다. '전국 연간 명절 및 기념일 법(2007년에 제정됐다)'에 근거해 국가에서 반차 휴가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처음 맞이한 3월 8일, 밤늦게 퇴근한 남편은 여자 직원들은 점심 즈음 모두 퇴근하고 남자들만 남아서 근무를 했다며 신기해했다. 중국은 유교 사상의 고향이니 기본적으로 우리보다 더 보수적이고 여성의 지위도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은 5년 동안 무수히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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