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찍어도 인생사진, 798 예술구

사계절이 주는 온전한 기쁨을 느꼈던 곳

by 심루이

베이징에 있는 동안 798 예술구는 가장 자주 간 장소이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전히 느껴 본 곳이다. 오래 한 도시에 살아도 이런 공간 하나 갖기가 쉽지 않은 일이니 내게는 귀한 장소일 수밖에. 원래 이곳은 라디오, 군수물자 공장이었는데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집단 창작단지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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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곳을 처음 찾은 첫 번째 겨울에는 너무 휑해서 '베이징의 가로수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고 생각했더랬다. 자주, 오래 보다 보니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느 계절이고 그에 딱 맞는 낭만을 보여주는 798에 점차 스며들었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은 언제나 좋았다. 그 안에 있을 때도 좋지만 돌아가서 되짚어보면 더 좋은 장소가 있는데 798 예술구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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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도 가까워서 혼자, 가족들과, 친구들과 시도 때도 없이 와서 걸었다. 봄의 따스함, 겨울의 휑함, 얼마간의 무질서함과 활기가 모두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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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어학당 초급 레벨 시절 798로 체험 학습을 나갔다. 선생님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사자성어의 의미를 물어보고 파악하는 미션을 줬었다. 선생님이 준 작은 쪽지를 열어 보니 '画蛇添足'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나가는 중국인에게 이 글자를 내밀고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多余'라고 쉽게 설명하는데 그조차 몰라 어리둥절하던 우리를 보며 쩔쩔매던 친절한 중국인들.


이곳은 무한도전 촬영지이기도 하다. 무도 영상에 휑하고도 엣지 있는 798만의 멋이 담겼다. 창작단지니 공짜로 감상할 수 있는 퀄리티 괜찮은 갤러리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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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6-7년 전 사진을 찍었던 철길을 찾고 싶었는데 지금은 철길이 사라지고 기차가 한가득 들어찼다. '이곳은 포토스팟'이야, 라는 느낌이었는데 둘러보니 역시 사진 동호회 사람들이 커다랗고 비싼 사진기를 들고 근처를 찍고 있었다. 우리도 기차의 빨간 포인트에서 인생 사진을 남겨볼까 싶어 주변을 어슬렁거렸는데 결국 실패했다. 명당에서 중국 MZ로 보이는 세 명의 친구가 돌아가며 사진을 찍는데 인당 천 장쯤은 찍어야 끝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중국 MZ들도 사력을 다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천 장 중 선택된 두세 장의 사진은 SNS에 업로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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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샵 <UCAN>에서 귀여운 인형을 사고, 예술 서적이 많은 서점 <파라곤>을 구경했다. 798에 정말 좋아하는 면집이 있는데 배가 너무 부른 상태라 가지 못해 아쉬웠다. 면 요리 중에 특히 절인 '酸豆角(콩 꼬투리(豆角)를 마늘, 설탕, 식초 등을 넣고 조리)'가 들어간 면을 좋아하는데 그중 일등은 798 골목에 위치한 <泡的面馆>, 일명 paul 누들이다. 심이 얼굴만한 숟가락이 인상적이었던 곳. 숟가락 크기는 여전히 그대로일까. 798에 가시는 분들 제 대신 좀 먹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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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란히 앉은 토끼를 닮았잖아!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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