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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맞이하는 꽤 괜찮은 방법, 모닝페이지

계속하기를 계속하기

by 심루이

'모닝페이지'는 줄리아 캐머런의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쓰기로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에 따라 손으로 3쪽씩 쓸 것. 당신만 볼 것. 핵심은 잠에서 깨자마자 들리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루를 맞이하는 것.


미라클 모닝과 연결하기 쉽지만 꼭 새벽에 쓸 필요는 없다. 모닝페이지가 필요로 하는 것은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의 맑은 정신이니 시간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간단한 쓰기에 어떤 힘이 있는 걸까?


간단하게 요약하면

-모닝페이지는 막연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부한다.

-모닝페이지는 하루가 나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루를 맞이하도록 해준다.

-모닝페이지는 하루의 경로를 결정하고 나의 원칙에 따라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 준다.

-모닝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행동으로 나아간다.


하루가 나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루를 맞이하는 산뜻한 기분. 작은 행동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루틴.


<아티스트 웨이>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조금 더 읽어보자.


내가 모닝 페이지라고 부르는 이 창조성 회복의 기본 도구는 그야말로 무슨 내용이든지 아침에 손으로 3쪽씩 글을 쓰는 것이다. 이것은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며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모닝 페이지를 쓰는 데 잘못된 방식이란 없다. 나는 모닝 페이지를 당신이 보낼 하루를 선명하게 바라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뭐든지 닦아서 없애 버리는 자동차 와이퍼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생겼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최대한 너그러워야 한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냥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고 우리가 안내되고 있다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이 큰일 중 하나는 일상을 체계화하는 것이다. 모닝 페이지는 창조적 삶을 건설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쓰면 적절한 체계가 생긴다. 모닝 페이지는 매일 점진적으로 방향을 제안하고, 우리는 곧 우리 자신이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을 뿐 아니라 모닝 페이지가 제안하는 것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닝페이지는 명상의 한 형태다. 의식 속을 오가는 생각 구름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를 행동으로 이끈다는 면에서 다른 명상과 차이가 난다.


계속 하기를 계속하라는 것이 모닝 페이지의 주문이다. 기적이 일어나기 5분 전에 멈추면 안 되지 않는가. 그런 실수는 저지르지 않도록 하자. 모닝 페이지는 기적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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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페이지 작성 3년 차. 매일 쓰지는 못하고 띄엄띄엄 쓴다. 주로 자책감, 자괴감, 공허함, 괴로움의 문장들로 시작하는 건 마음이 힘들 때 모닝페이지를 펼치기 때문이다. 모닝페이지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금씩 해부하고 스스로 길을 찾도록 도와준다. 시작은 어둡지만 마무리는 대체로 희망적이다. '생각하지 말고 행동하자', '감정에 매몰되지 말자, 내 감정을 선택하는 것은 온전한 내 몫'이라는 문장은 매주 등장하고 종종 문장 끝에 느낌표 열 개를 찍는다.


산만함 끝판왕인 나는 한 장을 쓰고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물을 마시고, 청소를 하고, 책도 본다. 이름은 모닝이지만 굳이 아침 일찍 쓸 필요도 없다. 잠에서 깨어난 그때, 무의식이 아직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때가 나만의 모닝이니까. 정답이 없으니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면 그뿐. <자기 계발의 말들>에 따르면 만화가 재수님은 두 쪽까지만 글씨로 쓰고, 마지막 페이지는 앞서 쓴 두 쪽의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그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한다고 한다. 모닝페이지를 자신의 스타일대로 활용하는 좋은 예시다.


허나 저자가 강조한 대로 너무 짧게 쓰면 효과가 적다. '가식적인 한 쪽 반을 쓴 뒤에야 진짜 보물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계속하기를 계속하자. 그것이 자신의 내면에 고요하게 귀를 기울이는 명상과도 같은 모닝페이지의 주문.


1년간 아침마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동안, 내가 다른 때의 나보다 더 지혜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의 관제탑 역할을 해내고 삶의 목적, 중장기적 목표, 현재의 좌표 등을 점검하며 오류를 수정하기도 하는 나는 평소의 나보다 믿을 만했다.

<자기 계발의 말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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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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