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옥수수, 브로콜리와 양파
프랑스, 이탈리아의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소설가 오가와 이토의 <달팽이 식당>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북쪽 끝 삿포로에서 온 식재료들은 그 자체로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온 채소의 단맛은, 인생의 쓴맛을 아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깊은 맛이다." 하루키도 말했다. '홋카이도 채소는 맛의 농도가 다르다'라고. '일본의 식량 창고'라 불릴 만큼 채소가 맛있기로 유명한 홋카이도.
삿포로 성심당이라고 불리는 빵집 동구리(DONGURI, どんぐり) 인기 메뉴인 소시지 빵을 먹었는데 소시지를 감싸고 있던 매시 포테이토에 반했다. 홋카이도는 일본 전체 감자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감자의 왕국'. 물 빠짐이 좋은 비옥한 화산재 토양은 감자 재배에 최적의 환경인데다 서늘한 기후 덕분에 감자가 전분을 충분히 축적해 포슬포슬하고 단맛이 강해진다. 찐 감자에 홋카이도산 버터를 듬뿍 올린 '자가바타 (じゃがバター)', 찐 감자를 으깨어 떡처럼 만든 뒤 달콤 짭짤한 간장 소스를 발라 구운 '이모모찌 (いももち)' 등이 간식으로 인기다.
홋카이도 소울푸드인 수프커리 후기를 살펴보면 브로콜리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재료가 브로콜리다. 수프커리에 들어가는 브로콜리는 삶은 것이 아니라 튀기는 데 브로콜리의 꽃송이 부분이 기름에 튀겨지면서 수분이 날아가고 감칠맛이 응축된다. 마치 과자 같은 바삭한 식감에 수프커리의 칼칼한 국물을 부드럽게 머금은 브로콜리는 평소 야채를 싫어하는 사람도 인정할 맛이다.
홋카이도에는 버터와 옥수수를 넣은 버터옥수수라멘이 유명하다. 처음에는 신성한 라멘에 왜 옥수수를 넣어?라고 생각했지만 한 입 먹고 보니 꽤 괜찮다. 옥수수 단맛과 버터의 고소함, 짭짤한 라멘 육수의 훌륭한 조화. 면의 꼬들꼬들함 위에 겹쳐지는 아삭아삭한 옥수수 식감도 새롭다. 홋카이도 옥수수는 맛있기로 유명한데 심한 일교차가 옥수수 당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때문. 홋카이도에는 생으로 먹는 '하얀 옥수수'가 있는데 과일만큼 달콤해서 '채소'가 아닌 '디저트'처럼 여기기도 한다. 홋카이도 골목 어딘가에서 옥수수 수레를 만난다면 무조건 맛보자. 생으로 먹는 하얀 옥수수든 숯불에 구워 간장을 바른 '야키(구이)' 스타일이든 선택은 취향껏.
홋카이도 대표 미식 징기스칸. 징기스칸 부대 투구를 닮은 볼록한 불판 제일 위에 양고기를 올리고 아래쪽에 양파를 둔다. 흘러 내려오는 양고기 기름으로 노릇하게 구워지는 양파. 다루마 특제 소스에 찍어서 먹는 양파는 단짠의 끝판왕이어서 징기스칸의 진짜 주인공은 양파잖아?라고 생각하게 됐다. 홋카이도 양파는 매운맛보다 단맛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고기가 아닌 양파 추가 주문을 위해 조용히 손을 들어 스미마셍을 외쳤다.
매일 걷고 매일 쓰는 도시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