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베이징] 영혼을 달래주는 토마토 누들

番茄汤面_ft.책과 누들 和府捞面

by 심루이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어려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다.

자신의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해나가는 아이의 리듬을 깨버리고 이것저것 간섭하고, 참견하기란 참 쉽다.


성격이 급한 엄마를 둔 아이의 세계는 종종 침범 당하고

아이는 자신의 방식을 믿어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상처를 받는다.

아차 싶으면서도 어느새 나는 그 선을 또 넘고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아이에게 위로가 절실한 순간,

섣부른 재단으로 잘잘못의 주인공을 가리거나 멋진 해결책을 고민하는 엄마가 아닌

딱 알맞은 온도와 습기를 가진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내가 되자고,

아이가 자신의 세계 속에 빠져 설레는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되자고 늘 다짐하지만


현실은 저만치 멀리 있다.



아이가 중국요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하나의 탕을 꼽으라면 역시 마라탕(麻辣烫)이겠지만


마라탕에 비길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은 아마 ‘토마토탕’일 것이다.

중국에서 토마토는 '西红柿(xīhóngshì)' 혹은 '番茄(fānqié)'라고 흔히들 쓰는데

식당이나 요리에는 후자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토마토는 엄밀히 말하면 채소지만 내 인식 속에는 늘 과일이었기에

처음 베이징에서 갖가지 요리에 다양하게 이용되는 걸 보았을 때 생경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번 맛보고 나서는 토마토의 가볍고도 깊은 맛에 빠져들게 됐다.

토마토가 이렇게 훌륭한 요리의 재료가 될 줄 왜 몰랐을까?

다운로드.jpg 토마토가 들어간 중국 대표 요리, 西红柿炒鸡蛋


마라 옆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결의 붉음을 뽐내는 토마토 훠궈탕.

그리고 토마토 누들이 있다.

감기 기운이 있거나 몸이 피곤하면 아이는 토마토탕을 찾는다.

아이에게는 이미 영혼을 달래주는 닭고기 수프가 아닌 영혼을 달래주는 토마토 수프가 되었을지도.


아이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

토마토 탕을 건넨다. 아이는 후후 불어서 뜨겁게 삼킨다.

속상함도 그 탕과 함께 다 씻겨 내려가기를.




'和府捞面'은 전통 '捞面'을 맛볼 수 있는 체인점으로 중국 전역에 140여 개의 지점이 있다.


식당 콘셉트는 오래된 책방.

'书房里的好味道'(책방 속의 좋은 맛)


책방과 누들이라니 참신하고 멋지다.


http://www.hefumian.com/home.html


메인 요리인 각종 누들부터 튀김, 사이드 메뉴, 족발 등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사이드 메뉴는 직접 담아서 계산하면 된다.

* 捞面(laomian):국수를 삶은 후 건져 내어 양념 소스를 얹은 국수


왕징에 지점이 여러 개 있지만 우리가 이날 들린 곳은 '华彩 빌딩' 1층에 있는 곳이다. (집 바로 근처 화리엔에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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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자리 사이사이에 놓인 오래된 서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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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버섯 너무 좋아하는 8세 어린이, 한 그릇 더 먹고 싶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함
2020-11-07-12-27-40.jpg 튀김 종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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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hat Image_20201112131902.jpg 두둥~ 오늘의 주인공! 매워 보이지만 전혀 맵지 않은 토마토 누들 (番茄汤猪软骨面)/39원
WeChat Image_20201112131907.jpg 또 하나의 인기 요리 (酸辣汤雪花肥牛面)/38원


나무에 꽃이 피고

꽃이 지면 우연히 열매가 맺힌다.

그 열매가 너이고

그 나무는 바로 나다.

나무가 본래부터 열매 맺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너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 아니다.

그러나 네가 이왕 태어났으니

나는 너를 먹이고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람의 도리로서의 의무일 뿐

너에게 은혜 베푼 것이 아니다.

-

나는 네가 당당한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후스 나의 효자가 될 필요는 없다 中


#베이징에서 beijinger/생활 여행자로 매일 열심히 걸으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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