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도서관과 국가대극원 (国家图书馆/大剧院)
한때 ‘종종 욱하는 전형적인 B형 여자’였지만, 나들이에 있어서 만큼은 ‘네이버’스럽고, 꼼꼼한 A형스러운 면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한 곳에 가기 전에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서 읽어보는 버릇. 돌아오면 내가 제대로 봤는지 검색해서 확인하는 버릇. 베이징에 오자마자 2년 동안 열심히 학교를 다닌 데다(장학금 받으려고 지각 한 번 안 하고 참으로 열심히 출석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푸핫) 오후 4시쯤에는 아이를 픽업해야 하는 ‘애데렐라’ 신세라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이러한 성향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이 스무 살의 욱하던 나를 소환했으니…
바로 국가도서관(国家图书馆).
이 사진을 보자마자,
‘무조건 가야 해. 사진의 이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어’ 결심했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 명문 대학교가 모여 있는 하이뎬취(海淀区)에 위치한 국가도서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왕징(望京)에서는 꽤 멀리 있었고, 중국어 까막눈이었던 당시의 내가 그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며 가며 이동 시간만 2시간. 하지만 아무 상관이 없었다. 어떤 열망이 나의 귀찮음을 이겼으므로!
국가 도서관은 중국에서 가장 큰 국립 도서관으로 소장 도서는 약 2500만 권. (신해혁명 이전에 쓰인 고서도 200만 권이 넘는다고.)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 중 하나다. 이전에는 베이징도서관으로 불리다 1998년 이후 국가 도서관으로 불리게 되었다. 여권으로 열람 카드를 만들면 자유롭게 도서관을 출입할 수 있다. 3만 권이나 있는 한국 책도 거의 새 책이라고 한다.
시간에 쫓기던 나는 굳이 열람 카드를 만들지는 않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제일 위 테라스로 바로 올라가서 그토록 보고 싶던 그 광경을 바로 확인했다. 베이징에서 아주 많은 곳을 싸돌아다녔지만, 이 광경의 잔상은 눈과 마음에 오래 남았다.
www.nic.gov.cn
개관: 월-금 09:00-21:00/주말 09:00-17:00
그다음 나를 찾아온 건 '국가대극원(国家大剧院)'이었다.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이 신비로운 물체는 뭐지? 세상에! 공연장이라고? 당장 가보자!"
천안문 바로 옆에 위치한 ‘국가대극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예술의 전당 정도의 공연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프랑스 건축가 폴 앙드레의 설계로 총 3,200억 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 드라마 센터 등 3개의 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면적은 149,520m2로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 공간이라고 한다.
(뭐만 했다 하면 아시아 최대, 세계 최대란다. 대륙의 스케일…)
건축 외벽에 2만 개의 티타늄 조각과 1,200개의 유리 판을 붙였는데 이것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신화 속의 새 ‘대붕(大鹏)’의 탄생을 묘사했다고 한다. 알에서 깨어나 세계 속으로 비상하는 중국을 상징한다고. 심이랑 ‘와 삶은 계란 물에 띄운 것 같다’고 감탄했는데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다.
www.chncpa.org
내부 관람은 화-일 09:00-17:00/우리는 외부 산책을 위주로 둘러보았다.
거창한 해석은 제쳐두고 이곳은 봄, 가을 저녁 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기 정말 좋다. 시시각각 환상적인 색깔로 변하는 건물을 곁에 두고 사랑하는 가족과 한 바퀴 걷고 있자면 마치 꿈속을 거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특히 심이가 한때 이곳에 빠져, 주말 저녁만 되면 ‘엄마, 우리 대극원 가서 한 바퀴 산책 하고 올까?’라고 물어보곤 했었다. "딸아, 그곳은 차 타고 한 시간 가야 하는 국가적 명소인데, 그렇게 동네 놀이터 나가자는 투로 얘기하지 마…"라고 말할 뻔했다.
어쨌든 중국 역사상 아주 중요하고, 한 획을 긋고 있을 이 거대한 두 개의 공적인 공간을 우리 가족은 아주 사적으로 사심을 마구 섞어 흠모했고, 내 집 앞 마당처럼 이용했다. 집 엘리베이터를 탈 때보다 더 신나게 도서관 에스컬레이터에 오르고, 누가 더 빨리 걷나 내기를 하는 동안 심이가 엉덩이를 너무 흔들어 대는 통에 낄낄거렸다. ‘내가 물 위에 떠 있는 계란을 좀 찍어볼게’하며 연신 포토그래퍼 흉내를 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 공적인 공간에 투입되었을 예산을 생각하니 조금은 송구스러운 마음과 ‘아니,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이 공간을 신나게 즐긴단 말이야?’라는 두 개의 생각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베이징에서_beijinger/생활여행자로_매일_열심히_걷고_먹고_쓰기
#生活探索者 ##北京探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