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옥상
강아지는 12살이다. 언제나 아기일 줄 알았고 지금도 아기지만 벌써 12살, 자꾸 나이를 인식하게 된다. 터덜터덜 느려진 걸음, 그저 늦게 걷고 흙의 냄새를 더 오래 맡고 싶은 것이라면, 내가 오해한 것이라면 오히려 감사하다만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연식이, 주기적으로 주문하던 인형을 더 이상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을 체감할 때 그렇다.
강아지는 나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피크닉을 좋아해 돗자리 펴고 드러누워 책을 읽거나 구름을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 강아지는 보통 그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선 푹신하지 않은 곳에 앉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색에 잠기는 것 역시 그렇다. 간식만을 좋아하는 강아지. 집에 가자고, 그저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핥는다. 싫다고 불편하다고 짖지도 않는 강아지.
지금은 옥상, 건물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옥상에 돗자리, 파라솔을 펴고 앉아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해 둔 영화를 보는데, 낭만 없는 강아지는 본인을 위해 앉을자리를 마련해 두었음에도 무언가 어쩐지 불편한지 나를 핥는다. 들어가야지, 집에 가서 까다로운 강아지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닭가슴살을 줘야지.
다이소에서 가성비로 구입한 파라솔은 uv차단까지는 당연히 되지 않지만 그래도 방수 기능은 있다. 토독토독 내리는 자그마한 빗방울들을 기특하게 막아줬기에. 강아지는 그나마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방수 때문에, 빗방울이 도르륵 도르륵 내 어깨에 닿지 않아 내가 이곳 옥상에 더 오래 머물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