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아주 작고 예쁜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 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어디에 가면 아이를 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늙은 마녀를 찾아가서 물었다. 그러자 마녀가 보리 씨앗을 하나 주더니 그걸 화분에 심어 두라고 했다. 여인은 집에 오자마자 마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씨앗은 꽤나 빨리 자라서 곧 커다란 꽃을 피웠다.
여인은 그 사랑스러운 꽃잎에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입을 맞추는 순간 꽃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꽃이 피었다. 아니나 다를까 튤립 꽃이었다. 연두색 꽃 수술 위에 아주 자그마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소녀는 굉장히 못생겼다. 게다가 엄지손가락보다도 작았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은 매우 실망해 이 아이를 어글리 공주라고 불렀다.
여인은 쓰레기통에서 호두 껍데기를 꺼내 그 위에 소녀를 올려두었다. 소녀는 거기서 하루 종일 방치되었다. 그녀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계속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마저도 걸걸하고 불쾌했다.
어느 날 밤, 호두 껍데기에 누워 있는데 아주 잘생긴 두꺼비 한 마리가 망가진 창문 틈으로 펄쩍펄쩍 뛰어 들어왔다. 누구나 반할만한 미소를 지닌 미남 두꺼비는 잠들어 있는 어글리 공주에게 곧장 뛰어 내려갔다.
소녀를 본 두꺼비는 좋아서 쾌재를 불렀다. 그는 아주 못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꺼비는 어글리 공주가 자고 있는 호두 껍데기를 움켜잡고는 창문 밖으로 펄쩍 뛰어 마당으로 나갔다. 마당에는 폭넓은 시냇물이 흐르고, 시내 둑을 따라 진흙탕이 있었다. 그는 바로 거기서 혼자 지냈다.
두꺼비는 깊이 자고 있는 어글리 공주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진흙 속에 멋진 신혼집을 만들기로 했다. 소녀가 깨기 전에 시냇물 속 넓은 수련 잎 위에 그녀를 놓아두었다. 그곳이라면 소녀가 깨더라도 달아나지 못할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어글리 공주가 깨어났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고는 쓰디쓴 눈물을 흘렸다. 두꺼비는 진흙 속에 앉아 소녀에게 보여줄 방을 최고로 멋지게 꾸미고 있었다. 그러다 어글리 공주가 보고 싶어진 미남 두꺼비가 그녀가 서 있는 이파리로 헤엄쳐 왔다.
잘생긴 두꺼비가 소녀 앞에서 깊이 무릎을 숙이며 말했다.
“나는 네 신랑이 될 거란다.”
소녀는 두꺼비의 멋지고 당당한 모습에 반해 그와 결혼을 약속한다. 두꺼비는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완성하기 위해 다시금 진흙으로 떠났다.
어글리 공주는 초록 이파리에 홀로 남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래 물속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그래서 작은 소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소녀를 보자마자 저렇게나 흉측한 사람이 꽃미남 두꺼비와 함께 산다니, 하고 무척 질투심을 느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물고기들은 소녀가 있는 이파리 주변에 모여서 그 줄기를 이빨로 갉아댔다.
곧 나뭇잎은 시냇물 아래로 흘러가고 소녀도 흘러가, 두꺼비가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계속해서 떠내려갔다.
어글리 공주는 여러 곳을 지나쳤다. 그때 덤불 속에서 작은 새들이 소녀를 보고 재잘거렸다.
“정말이지 못난 소녀로군.”
소녀를 태운 나뭇잎은 멀리멀리 떠내려갔다.
그런데 문득 커다란 왕풍뎅이 한 마리가 옆으로 날아가다가 소녀를 흘끗 보았다. 즉시 발톱으로 소녀의 그 가느다란 허리를 움켜잡고는 한 나무로 날아갔다. 왕풍뎅이는 소녀를 나무의 제일 커다란 잎에 앉혀두고 그녀의 외모를 놀려댔다. 이렇게 괴상하게 생긴 어글리 공주를 친구들에게 어서 보여주고 싶어 했다.
잠시 후, 그 나무에 사는 다른 풍뎅이들이 모두 찾아왔다. 소녀를 빤히 쳐다보며, 암컷 풍뎅이들이 자기들 더듬이를 비비며 말했다.
“정말 볼썽사납다! 어떻게 저렇게 생겨 먹을 수가 있지?” 그들을 하나같이 키득 키득댔다.
소녀는 상처 받은 마음에 그 자리에 앉아 한없이 울었다. 어글리 공주를 놀리는 데 질려버린 풍뎅이들은 그녀를 숲 속 한가운데 놓고 떠났다.
여름 내내 가엾은 어글리 공주는 숲 속에 혼자 살았다. 꽃에서 꿀을 따 먹고 매일 아침 나뭇잎에 맺히는 이슬을 마셨다. 이렇게 여름과 가을이 지나갔다. 이윽고 추운 겨울이 왔다. 소녀를 보며 비아냥거리던 새들은 모두 멀리 날아갔다. 곧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불쌍한 어글리 공주는 추위에 바들바들 떨었다.
이제 소녀는 숲 끝자락에 도착했는데, 그곳에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다 밭에 사는 쥐의 문 앞에 이르렀다. 어글리 공주는 그 문 앞에 거지처럼 서서 보리를 조금만 달라고 애원했다. 지난 이틀 동안 먹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저런, 불쌍한 어린것.”
들쥐가 말했다. 알고 보니 이 들쥐는 마음이 따뜻한 노파였다. 들쥐는 소녀가 마음에 들어 그 집에 함께 살도록 허락해주었다.
“곧 손님이 올 거야. 인물이 훤칠한 두더지야. 그를 남편으로 맞으면 너는 그의 보살핌을 받게 될 거야. 그 손님은 앞을 보지 못해. 너의 못생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거야.”
곧 두더지가 들쥐 집에 찾아왔다. 어글리 공주와 두더지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많은 웃음과 미소가 오고 갔다. 소녀는 그의 친절함에 반하고 말았다. 게다가 그가 자신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아서 좋았다. 두더지도 소녀의 순수함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두더지는 매일 밤 소녀를 보러 들쥐 집에 왔고 그들의 대화는 끊길 틈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비가 들쥐의 집에 놀러 왔다. 제비는 두더지의 이웃이었다. 그는 소녀를 보더니 깜짝 놀라 외쳤다. “와, 진짜 못생겼다.” 그 말을 들은 두더지는 제비에게 화를 냈다. 친절한 두더지는 소녀에게 이웃의 무례함을 대신 사과했다.
다음날이 되고 그다음 날이 되어도 두더지는 어글리 공주를 찾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들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제비가 두더지에게 네가 얼마나 못 생겼는지 폭로했다고 하더구나. 너랑 같이 다니면 분명 주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될 거라고 계속 설득했다고 했어. 오늘 아침 두더지를 우연히 만났는데 왜 자신을 속이려고 했냐면서 나에게 버럭 하더구나. 그렇게 못 생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안 만났을 거라고 말했어.”
그 얘기를 들은 어글리 공주는 서럽게 울며 들쥐의 집을 뛰쳐나갔다. 황량한 숲 속으로 계속해서 뛰어갔다.
그녀의 눈물이 하늘로 올라 먹구름을 만들어 내더니 곧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를 쫄딱 맞으며 숲 속에 앙상한 나무 옆에 쭈그려 앉아 소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잠시 후 얼굴이 자글자글한 늙은 마녀가 소녀 앞에 나타났다.
“가엾은 소녀야. 왜 울고 있는 것이냐.”
“모두가 저를 못생겼다고 무시해요. 너무 서러워요. 저도 예뻐지고 싶어요.” 그녀는 못생긴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펑펑 울었다.
“예뻐질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있긴 한데...”
“그 방법이 대체 뭐예요? 제발 알려주세요. 저는 정말 간절해요.”
“저 앞에 연못이 보이지? 물속 바닥에 자그마한 황금 튤립이 있어, 그걸 뽑는다면 너는 아름다움을 얻게 될 거야.”
그 얘기를 들은 어글리 공주는 누더기 옷으로 눈물을 닦고 차가운 연못에 풍덩 뛰어들었다. 밑으로 한참을 헤엄쳐 드디어 황금색으로 빛나는 튤립을 발견했다. 소녀는 그 꽃줄기를 잡고 당겼다. 하지만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지지 않았다. 소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줄기를 잡아당겼다. 잠시 후 빗물이 추적이는 연못 위에 소녀의 등이 둥둥 떠올랐고 뒤이어 금빛 튤립도 물 위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마녀는 씩 하고 미소를 짓더니 한마디를 했다.
“이젠 네 소원을 들어주지.”
옛날에 아주 작은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 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 여인은 어디에 가면 아이를 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늙은 마녀를 찾아가서 물었다. 그러자 마녀가 보리 씨앗을 하나 주더니 그걸 화분에 심어 두라고 했다. 여인은 집에 오자마자 마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씨앗은 꽤나 빨리 자라서 곧 커다란 꽃을 피웠다.
여인은 그 사랑스러운 꽃잎에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입을 맞추는 순간 꽃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꽃이 피었다. 아니나 다를까 튤립 꽃이었다. 연두색 꽃 수술 위에 아주 작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소녀는 너무나도 예쁘고 고와 보였다. 하지만 엄지보다도 크지 않았다. 그래서 여인은 이 아이를 엄지 공주라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