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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숲 Aug 12. 2021

완벽한 행운은 없었다

복학생을 좋아했던 그녀





대학생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군대에서 전역하고 아주 감사한 마음으로 2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었다. 군대가 강제였다면 대학교는 자유였다. 수업에 가지 않는 것도, 백지 시험지를 내는 것도 내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제일 앞자리에서 교수님의 말을 경청하며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걸 선택했다.



그렇게 즐겁게 복학생의 생활을 즐기다 보니까 어느새 종강 날이 되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나와 친구는 강의실에서 나왔다. 복도를 지나고 계단 밑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고개를 돌리니 긴 생머리의 어여쁜 여학생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요!"라는 말과 함께 편의점에서 파는 프렌치카페 커피를 건넸다.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엄청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저요?" 나는 깜짝 놀랐다.


옆에 있던 친구는 "오~~~"라고 말하며 그 상황을 더 뻘쭘하게 만들었다. 내가 커피를 받자 그녀는 "그럼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1층 계단 밑으로 뛰어갔다.


"야, 뭐냐? 너 인기 장난 아니다."

"진짜 뭐지?"

"안에 쪽지라도 있는 거 아냐?" 친구가 말했다.

나는 커피 위쪽에 플라스틱 뚜껑을 뜯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안엔 예쁘게 접힌 쪽지 하나가 있었다.

"야야, 빨리 열어봐!" 친구가 나보다 더 들뜬 것 같았다.



편지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안녕하세요. 00 수업을 같이 들었던 일문과 학생이에요. 강의 때 교수님께 질문도 많이 하시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고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용기를 내봤어요! 이건 제 번호예요. 010-1234-5678



학회실 문을 열자마자 친구는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다른 동기들이 그녀에 대해서 묻자 친구는 "야, 심지어 청순하고 예뻐."라고 내 대신 말했다. 옆에서 과사람들이 우와우와하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때는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더욱 꿈만 같았다. 다들 바로 연락해보라고 했지만 나에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쪽지를 손에 꼭 쥐고 캠버스 안 공원을 걸었다.



'그런 어여쁜 분이 내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쪽지를 주셨을까? 만나봤는데 나한테 실망하면 어쩌지? 그러면 더 괴로울 것 같은데?'라고 머릿속은 걱정을 했지만 손은 이미 그녀의 번호를 찍고 있었다.



곧 그녀의 프로필이 내 카카오톡에 떴다. 그런데 잠깐, 문제가 생겼다. 당황스러웠다. 불길한 느낌이 쓰윽하고 지나갔다. 다른 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사진 속 그녀는 실물과 비슷하게 예뻤고 수수해 보였다. 그, 그런데... 하지만...




-다음화에 계속-


(이 이야기는 소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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