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추억이 담긴 함백산 여행
황지연못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우리 가족은
다시 차를 타고 고한읍에 예약해 놓은
숙소로 향하였다.
고한읍은 태백에서
장대한 함백산 너머에 있다.
주소상으로 정선군에 속하나
접근성은 태백시가 더 좋다.
함백산은 해발 1572M로
태백산 보다 더 높으며
백두대간을 형성하는 큰 산맥으로
태백이라는 고원도시의 지형을
형성하는 토대와 기반이다.
함백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두 강
한강과 낙동강의 발원지가 있어
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한 강의 발원지는 검룡소이고
낙동강의 발원지는 태백시내에
있는 황지연못이다.
함백산은 비가
이쪽으로 떨어지면 한강으로
저쪽으로 떨어지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분수령이 된다.
삼수령이라는 곳은
한강 낙동강의 분수령만이 아닌
강릉오천천으로 흘러가는 분수령이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함백산에
나의 기쁨과 아픔의 추억들이
능선과 자락, 골짜기들
여기저기 담겨 있다.
지금은
유명 관광지가 된 용연동굴은
당시는 개발이 전혀 안된 채
우리 마을에서 위쪽으로
좀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용수굴이라 불렀고
산속에 은밀하게 숨겨져
깊이와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굴 속에 물까지 흐르는
무서운 동굴이었다.
당시 마을의 남자아이들이
좀 성장하여 청년이 되면
무슨 성인식처럼 부모님들 몰래
호기롭게 탐험을 도전하던 곳이었다.
10대 후반에는
요즘 말로 아르바이트를 위해
먼 길을 걸어서 출퇴근하던 길
구불구불한 산길과
조용한 개울가로
이어진 호젓한 오솔길들에 대한
나의 아련한 추억들이 있는 곳이다.
그때 길을 걸으며
산속 길가에 핀 순백의 목단 꽃을 보며
나의 미래를 고민하며
답답해했던 옛 기억들...
함백산의
여러 기억들 중에
가장 잊히지 않는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쯤
어쩌다가 정선읍에 있는
친구의 외갓집에 따라갔다가
나 홀로 그 큰 함백산을 걸어서
우리 집까지 넘어왔던 기억이 있다.
두문동재
남한에서 두 번째 높은 재이다.
어린 내가 거의 하루 종일
홀로 힘들고 무섭게 넘어왔던 일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추억이 되었다.
당시의 두문동재는
임도 수준의 구불구불한 산길로
GM트럭 같은 차들만 간혹 겨우
넘어 다니는 높고 험한 길이다.
인적이 워낙 드물고
도적떼들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무서웠다.
언제부터 두문동재는
포장도로가 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높고 험하고 멀어서
한참 아래쪽에다 터널을 뚫어
지금은 등산가들만 찾는 길이
되어 있다.
이번에 우리 가족들은
이 터널을 차로 통과하여
우리 숙소 리조트가 있는
고한읍에 금방 도착하였다.
우리 숙소는 흥미롭게도
50년 전 어린 내가 함백산을
넘기 위해 출발했던 고한역과
가까운 곳이다.
고한읍은
함백산의 깊고 좁은 골짜기
안에 작은 탄광촌이었다.
이제는 제법 큰 규모를 갖춘
관광단지가 되었다.
50여 년 전 기억 속에 있던
그때의 시커먼 개울물
검은 탄가루로 덮여 있던
좁은 비포장 길, 작은 판잣집들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호텔, 리조트 같은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하고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천지개벽이다'는 말이
마음속에서 저절로 떠올랐다.
이곳에는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카지노도 있어 고한의 변화에
명암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우리는 리조트에
여장을 풀고 잠을 잘 생각을 하니
나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자다가 추울 수 있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모두에게 잠옷이나 긴팔의
두꺼운 옷들을 챙겨
오도록 당부했다.
조금 전
함백산에 진입했을 때
차량 온도계를 보니 21도로
뚝 떨어졌던 것도 보았다.
다른 도시들과 기온이
무려 10도 이상의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예전에
내가 어릴 적 살던 태백은
지금 보다 더 시원했다.
여름이라고 해봐야
8월 초 두 주 정도 반짝하고 지나갔다.
그래서 모기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모기의 유충들이
성채로 자랄 기간이 모자라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무는 모기를
처음 본 것은 18살 무렵이었다
아버지 하고 충청도에 갔다가
난생처음으로 모기에 물려 보았다.
그때에 물린 곳이
크게 붓고 너무 가려워서
혼이 나고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 할 정도이다.
나는 지금
모기가 많은 남쪽에 와서
살면서 모기를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자다가도 "앵~" 소리가 나면
반드시 일어나 잡고 잠을 잔다.
지금은 지구의 온난화로
태백도 모기들이 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에서는
한 마리도 못 보았을 정도로
태백은 독특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