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강헌 May 23. 2024

장구한 생명과 사랑의 릴레이

막내딸의 출산

“아빠~!”

막내딸이 첫 아이를 낳고 영상으로 통화를 해왔다.

안 그래도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전화이다.


아직 부석한 얼굴,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병원 침상에 누워서 아빠와 통화를 하고 있다.


무탈하게 순산을 하고  

엄마에 이어 멀리 있는 아빠에게도 통화를 한 것이다.


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애처로움과 안도감이 함께 밀려와  

코끝이 찡한 느낌과 눈가가 촉촉해져 왔다.


이어서 가족 톡으로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방금 출산한 막내딸이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누워 있는 사진이다.


촉촉한 눈과 얼굴에서  

지나간 산고의 흔적과 함께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모습에

나는 다시금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이윽고 내 마음속에

이 전에 둘째 딸의 출산 때의 모습과

오버랩되는 동시에, 오랜 과거까지 소환되며

어려 생각들이 감정과 함께 소용돌이를 친다.


딸들이 겪는 해산의 고통

딸들이 어머니가 되는 과정

숭고하기까지 한 생명 탄생의 신비

인류의 장구한 생명의 릴레이

감동과 숙연함으로 다가왔다.


나의 딸들의 출산은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장대한 역사의 릴레이에 동참이며

생명의 바통을 이어주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아이의 탄생은

정말 기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고부터 생명의 릴레이가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온 결과가 아닌가?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수많은 전쟁과 기근에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생명의 릴레이를 이어주었기

가능한 이 일이 어찌 기적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막내딸은 갓난아기의

사진과 함께 동영상도 보내온다.

딸의 얼굴과 눈빛에서 자신이 낳은 아기가

신기하고 예뻐 보이는 모습이 물씬 묻어 나오다.

  

한 순간에 우리 부부가 딸들을 낳았을 때와

겹쳐지며 그때의 느낌과 감정까지 되살아 온다.

그때 우리도 신기하고 어여뻐서 너희 얼굴에 눈을 떼지 못하고

너희의 예쁘고 맑은 눈동자를 빠져들듯 바라보았던 날들...


자신의 아기를 얻은

세상에 모든 엄마 아빠들은

자신의 아기의 얼굴과 눈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며 행복을 느낀다.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

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 같다.


나는 이러한 부모들의 마음,

특히 자식을 향한 어머니들의 마음이

인류역사를 끊임없이 이어오게 한

중요한 힘이라는 생각이 새삼 강하게 들었다.


집사람과 딸들의 모습에서

아빠들 이상, 아니 아빠들은 다 알 수 없는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음을

나는 느끼고 있다.


인류의 첫 어머니가

자신이 낳은 아기의 눈을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눈동자의 마주침이

대대로 어머니와 아기에게 이어져 왔음을...


나는 생각해 본다.

최초의 어머니로부터 그 수많은 세월 동안을

중단 없이 이어진 사랑의 눈빛의 교류가

인류역사를 이어가게 하는 생명릴레이의

소중한 원동력임을...


“엄마! 새벽이 가 "린아"가 됐어?”

둘째 딸의 딸, 세 살 배기 유니가

신기한 듯 자기 엄마에게 물었다.   


막내딸이 낳은 아기는  태명이 새벽이었다.

유니는 좋아하는 이모의 볼록한 배속에

동생 새벽이 가 있다는 것을 늘 들어왔었다.


그런데 새벽이 가 태어 는데

어른들이 자꾸 “린아”라고 부르니

자기도 궁금해서 물어본 것 같다.  


유니야! 사실은

너도 엄마 배속에 있을 때는 "행운"이었단다.

너도 태어나서부터는 "유니"가 된 것이지!


지금은 우리 린아가 태어나

우리에게 왔음을 축하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여행을 시켜 준 막내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