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새벽을 거닐다!

남미 여행기 1

by 이강헌

전혀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이렇게 유럽의 새벽길을 유유히 거닐고 있다니… 그것도 남미 페루를 향하여 가는 길이라니 신기한 일이다. 내게 남미는 신비한 잉카 문명에 대한 호기심, 언젠가 한 번쯤은 가보면 좋은 막연한 미지의 세계이었을 뿐이었다.


남미에 가는 일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남미 여행이라기보다 나의 직무와 관련된 일로 가게 된 것이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참석하여 교류하고 발표할 일도 맡아서 가는 길이다. 분명 업무차로 가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남미 여행의 기회도 주어진 느낌이 함께 다가왔다.


여수, 대전, 밀양에 사는 세 남자가 인천공항에서 만나 12시간 비행 끝에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캄캄한 새벽이었다. 남미는 아직 대한민국에서 직항로가 없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경유하여 환승을 해서 가야 한다. 남미는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땅이다. 직항로로 간다 해도 가장 먼 곳을 환승해 가니 더욱 먼 길이다.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인지 모른다.


세 남자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환승 대기시간이 너무 길고 페루로 가는 비행기는 낮 12가 넘어서야 출발한다. 무려 7시간을 넘게 환승구역 안에만 있기에는 아까웠다. 무장한 유럽 검색원들에게 철저한 보안검색을 마치고 환승구역에서 나와 기차를 탔다. 이른 새벽에 텅 빈 기차, 내부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어 느낌이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20180212_062058.jpg 공항 아래층, 이른 새벽이라 한산함, 기차표 사는 곳도 여기에 있다.


30분쯤 지나서 도착한 중앙역은 암스테르담의 중심지이며 유명한 곳이다. 역 건물은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운 성채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여기가 유럽이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행자의 설렘으로 역사를 빠져나오자 차가운 공기가 뺨을 부딪치며 맞이한다. 진눈깨비가 후드득 바닥에 떨어져 ‘암스테르담 여기도 우리와 같은 겨울임’을 즉감 하게 해 주었다.


너무나 이른 새벽,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공항 안내소에서 받은 시가지 관광안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서 우리는 동네 한 바퀴 돌듯이 걸어 나갔다. 역 앞쪽 펼쳐진 큰 도로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좌우로 도로와 수로가 함께 어우러져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는 암스테르담의 새벽길을 걸으며 ‘아! 여기가 바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다!’ 느낌이 절로 들어왔다.


얼마 후 커다란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도 아무도 없었다. 광장에 정차해 있는 순찰차에 다가가 물으니 젊은 경찰관이 “코리아! 올림픽!”이라고 반기며 “여기가 유명한 댐 광장이고 최고 중심지이며, 옆에 큰 건물이 왕궁 건물이다” 고 밝은 표정으로 설명해 주었다. 때가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이었다. 자국 선수들이 많이 참가해 있어 적극적 반응을 보여 준 것 같다.


20180212_060208.jpg 새벽에 호텔에 타월을 공급해주는 대형차량


광장을 떠나 다시 이길 저길 을 거닐었다. 밤새 나온 수북한 쓰레기 더미들, 남루한 흑인 청소부들, 취객, 엄청난 양의 타월을 공급받는 호텔 등을 보면서 ‘유럽 도시의 속살을 보는구나!’ 생각을 하며 “여행이란 자신의 일상을 떠나 타인의 일상을 보는 것이다.”는 말을 떠올리는 여유로움을 느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급한 용무가 있는데 그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