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화근이 되었다. 기차에서 내려 중앙역에 들어섰을 때에 궁전 같은 역 안에 어디에도 화장실이 없었다. 구석에 작은 화장실 표지판을 따라 미로 같은 계단을 올라가 화장실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입구에 덩치 큰 중년 여자가 무표정하게 사용료를 내라는 말에 ‘공공시설에 무슨 사용료?’ 황당한 느낌으로 그냥 나와 버렸다. 그때는 화장실이 급하지 않았다.
일단 우리는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새벽부터 찬바람을 맞아 몸도 좀 녹이고, 요기도 하고, 동시에 그곳에서 화장실도 가면 되겠다는 계산이다. 어디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이 있는가 하고 세 명이 사방을 스캔을 하였다. 마침내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맥도널드 가게였다. 맥도널드가 이렇게 친숙하게 느껴져 오다니… 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한 테이블에서 놀고 있는 백인 청년들과 분주하게 일하는 젊은 흑인 종업원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였다. 무인 주문을 하고 화장실을 찾았다. 세상에 이런 일이 식당 안에도 화장실이 없다! “이곳 사람들은 어느 화장실을 가느냐?” 물었더니 “돌아가면 큰 맥도널드 가게가 있는데 그곳에 있다.”라고 한다. 햄버거와 커피를 마시고 가리켜 준 큰집으로 가서 화장실로 들어서니 입구에 자동차단기가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 황당한 일이’ 유럽 화장실이 유료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비용을 주고 들어온 고객들에게 또 사용료를 요구하다니 심하다! 갑자기 ‘우리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확 들어왔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모든 필요를 해결하고 길거리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멀리서 동이 터 온다. 암스테르담에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옅은 햇살이 수로에 있는 물 위에 비쳐 온다. 길게 뻗어 난 긴 수로를 따라 물들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품어 내는 반짝이는 분위기는 암스테르담을 찾은 여행객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리 위에서 수로가 연출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시간이 암스테르담의 여행의 백미 중 하나로 남아있다.
작은 길들을 지나 큰 도로로 나가자 어느새 차들이 오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도로에 가득히 쏟아져 나온다. 도시가 활기차지는 모습에서 출근 시간임을 알 수 있었다. 암스테르담은 분명히 자전거 천국 도시다. 키 크고 멋진 차림의 남녀들이 활기차게 출근길을 누비고 있는 모습은 이채롭고 인상적이다. 비슷한 자전거의 무수한 행렬에서 동남아와 다른 느낌이다.
우리는 암스테르담의 여러 골목들을 탐닉하듯이 누비고 다녔다. 시간에 쫓김도 없고, 다음 목적지도 없다. 그냥 발길 닫는 곳으로, 이국적 풍경들을 눈에 담으며 여유롭게 걸었다. 순간 ‘아! 이렇게 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대전에서 온 분과 이런 방식의 여행의 즐거움과 의미를 나누며 같은 결이 있어 친구도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암스테르담의 긴 여운을 마음에 담고 걸어서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공항으로 다시 가기 위해 역내 게시판을 보다가 ‘심쿵’하는 느낌을 받았다.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바르샤바, 코펜하겐… 여기서 기차를 타면 다 갈 수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보는 느낌은 달랐다. ‘언젠가는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같이 타고 가보고 싶다!’ 생각하며 스키폴 국제공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