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의 보물

산골 샘물 이야기(2)

by 이강헌

산골 마을이 발칵 뒤집어졌다. 산골 마을 사람들이 모두 화가 나서 동네 반장과 함께 산으로 올랐다. 평소에 몸이 불편하여 여간하여 산에 오르지 않는 어르신들조차 합세하여 같이 산을 올랐다. 산골 마을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산골마을이 대대로 중요시했고, 자랑스러워하며 소중히 여기는 것을 누군가 마구 훼손시켜 놓았다.



산골 마을에 보물 찬샘

찬샘은 산골 마을 뒷산 중턱 깊은 골짜기에 숨은 듯이 자리하고 있는 샘이다. 물이 땅 속에서 솟아나는 옹달샘 같은 샘이다. 물이 깨끗하고 차갑고 맛이 시원하여 찬샘이라 부른다. 찬샘은 샘이면서도 수량이 적지가 않아 물탱크를 만들고 호수를 연결하여 산골마을 집집마다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마을의 젖줄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샘의 물로 온 동네에 공급받는 마을은 드물다. 다른 마을들은 마을 안쪽 산속 깊은 곳에 흐르는 개울물을 탱크에 저장하여 식수로 사용한다. 우리 마을은 예루부터 물맞이 좋다고 소문나서 타지의 사람들이 물을 받아 갈 정도이다. 찬샘은 온 마을 사람들이 보물 같이 아끼는 샘이다.


근래 들어서는 산골 마을들도 지하수를 파서 이용하고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도시 사람들의 급격한 유입으로 물의 사용량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우리 마을도 시에서 지하수를 파주어서 지하수 물도 같이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식수원 하면 찬샘이다. 지하수는 찬샘의 물이 부족할 때에 보조로 사용할 뿐이다.


새로 판 지하수 물도 예로부터 약물 동이라 이름 하는 곳에 지하수를 박아서인지 물맛도 좋고 꽤 괜찮다. 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는 결코 찬 샘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하수는 인위적으로 뽑아 올리는 물이라면 찬샘은 저절로 흘러나오는 천혜의 선물이며, 마을의 역사와 기억이 담긴 곳으로 마을 사람들은 찬샘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물의 근원인 찬샘을 훼손시켜 놓았으니 마을 사람이라면 가만히 있을 리가 만무하다. 나도 듣는 순간 아찔할 정도로 놀랐다. 나는 도시에서 들어온 이주민이지만 샘물에 대하여는 누구 못지않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마을의 샘물의 자연의 중요성과 마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은 대대로 살아온 마을 주민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마을에 가치 있는 것에 대한 보존과 관리에 늘 앞장을 서고 있다.



샘을 훼손한 사람들

도대체 누가 왜 이렇게 훼손해 놓았을까? 나는 이러한 사실을 마을 반장에게 뒤늦게 듣고서 알게 되었다. 문제의 당사자는 조용한 산속에 세워진 천주교 피정의 집 사람들이었다. 근래에 들어 세워진 피정의 집은 찬샘과 비교적 가깝게 위치하고 있다. 언제부터가 피정의 노인분들이 근처에 텃밭을 만들었고, 채소에 물을 쉽게 주려고 하다가 위 쪽 숲 속에 있는 샘을 발견하고 파헤쳐 우리 쪽의 호수는 막아 버리고 자신들의 밭으로 호수를 연결하였다.


이 사실을 반장이 제일 먼저 알게 되었다. 항상 마을 상수도도 항상 신경을 쓰며 관리하는 성실한 반장이 어느 날부터 아무래도 마을의 물의 상태가 이상해서 마을 수원지인 찬 샘에 올라가 이러한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 이 사건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고 좋게 끝이 났다. 천주교 피정의 집 쪽에서 모르고 그랬다며 거듭 사과를 하며 원상복귀를 하여 주겠다고도 하였다.


정성스러운 복원공사

동네가 일단 사과는 받기로 했다. 하지만 찬샘 복원 공사는 우리 마을 사람들의 손으로 직접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이 샘을 얼마나 아끼며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우리의 젖줄의 근원을 다른 사람들의 손에 맡기고 싶지도 않았고, 우리 손으로 다시금 정성 들여 깨끗이 가꾸고 싶어서이다. 복원 공사를 다 끝 내고 20년이 넘게 산골 마을 반장님이 한 말이 새삼 기억난다. “찬샘은 우리 마을의 생명수와 같고 보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