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골 마을에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아침 햇살이 아름답다. 이른 아침 태양은 동쪽 산 봉리에 얼굴을 살포시 내밀고 자신의 빛을 산골 마을에 눈이 부시도록 쏟아붓는다. 땅 위에 모든 것들이 밤새 기다렸다는 듯이 약동함으로 화답을 한다. 물오른 나뭇가지들에서 내미는 연한 순들은 기쁨으로 목을 치켜들고, 양지 마른 언덕에 나무들은 연한 잎들로 환희의 봄 동산을 만들고 개울에서는 졸졸졸 봄의 노래를 들려준다.
꽃들의 향연
봄날에 최고의 아름다움은 꽃들의 향연이다. 온 산과 들판에 꽃들의 잔치와 연출이 이어진다. 매화꽃으로 살며시 시작하는가 싶더니 이어서 목련과 진달래가 수줍은 듯 조용히 여기저기 피고 진다. 골목 어귀와 텃밭 에는 살구꽃들이 연분홍빛으로 서로 자랑을 한다. 과수 밭에는 배꽃들이 순백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길거리와 집 마당에서는 벚꽃들이 화사함으로 봄기운을 마음껏 뿜어낸다.
올해는 유난히 산에도 벚꽃이 많이 보인다. 산에 피는 벚꽃은 주로 산 벚꽃들이라고 한다. 깊은 산속 여기저기에 꽃들을 피워낸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네 반장님 말에 의하면 산벚꽃은 산짐승들이 씨를 옮겨서 번식이 많이 된 것이라 한다. 산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조금 늦게 핀다. 그 색이 분홍색이라고 보다 흰색에 가까워 화사함보다 소박하고 깔끔함이 그대로 아름다움이 있다.
또 다른 세계
봄날에 꽃들의 향연은 이들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산과 들판에는 수많은 꽃들이 피어 있다. 산을 오르다 보면 매주 다른 꽃들이 새로운 연출을 한다. 야생화와 이름 모르는 들꽃들이다. 노란색, 분홍색, 자주색, 흰색 저마다의 고운 색으로 피고 지며 봄의 축제를 이어간다. 산골마을에 들꽃의 백미는 조팝나무 꽃이다. 쌀알처럼 작고 눈이 부시도록 흰색 꽃들이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하게 피어난다. 이들이 모여서 골짜기에 군락을 이루어 펼쳐진 모습은 몽환적이고 아득한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꽃들의 연출은 또 다른 곳에 또 다른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이 꽃들이 우리의 눈높이를 낮추어야 볼 수 있다. 모두가 우리 발밑에 있기 때문이다. 작은 꽃들이 땅바닥에 바짝 붙어 수없이 피어있다. 밭에도 들판에도 담벼락 밑에도 길가에 까지 어디나 꽃들이 피어있다.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다. 낮은 자세로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작고 순수한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어 좋다.
봄을 먹다!
나는 요즘은 이러한 봄을 먹고 있다. 차에 관심이 많은 집사람과 목련꽃을 따다 정성껏 말려 차를 만들어 먹는다. 목련꽃의 독특한 향이 부드럽게 입안 가득 채워질 때에 봄을 삼키는 시간이다. 요즘 우리는 날마다 봄을 가득히 먹는다. 두릅나무, 은계 나무, 머위 순을 따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돗 냉이, 달래, 참나물 각종 연한 잎 파리 뜯어다가 양념 버무려 무쇠솥에 만든 밥을 한 사발씩 비벼 먹으며..."요즘 봄나물 때문에 살찌는 것 같아요!" 집사람의 엄살도 들으며 봄날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