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샘을 살려야 합니다!

산골마을 샘이야기#1

by 이강헌

이른 아침부터 동네 반장으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언제 시간을 내서 못 샘에 가서 풀을 베고 일을 좀 해야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와서 못 샘 옆에 향나무를 뽑아가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 중에도 팔자 고하며 가격까지 이미 어느 정도 말이 오가고 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대답을 했다.

“그래요? 그러면 안 되지요!

향나무 케어 내면 못 샘은 버리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샘을 살려야 합니다!”



상봉(上峰) 마을에 샘들

못 샘은 상봉마을의 태동과 깊은 연관이 있는 샘이다. 상봉마을이 형성된 것이 좋은 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져 내려온다. 상봉은 주변 마을에 비하여 너무 높은 곳에 위치하여 마을의 역사가 주변의 마을보다 비교적 늦게 형성된 산골의 작은 마을이다. 상봉마을 이름도 위상(上), 봉우리 봉(峰) 높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다.


상봉 마을은 물 좋은 밀양에서도 물이 좋다고 쏜 꼽히는 마을 중에 하나이다. 상봉마을에는 수질과 물맞이 좋은 샘을 두 개나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마을 바로 위에 못 샘이 있고, 다른 하나는 산속 깊은 쪽에 찬샘이 있다. 동네 가까이 있는 못 샘은 약 300년 전 마을이 태동할 때부터 동네 사람들이 길어다 쓰던 우물물이 이였다. 후에 마을에 인구가 차츰 증가하고 물 사용이 많아짐에 따라 산속 깊이 있는 찬샘을 호수를 연결해 집집마다 상수도가 되도록 하였다


사라진 세밭 또랑

마을 입구에 깨끗하고 좋은 많이 흘러나와 세밭 또랑이라 칭하던 동네 빨래터까지 있었다. 물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도 따뜻하여 여인네들이 손이 시리지 않고도 빨래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사라져 버리고 없다. 나도 아주 예전에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와 세발 또랑 주위 전체에 안개처럼 피오 오르던 모습을 본 기억들이 있어 생각하면 너무 아쉽다. 세밭 또랑이 개인 소유의 땅이었고, 시가 도로를 확장공사를 시키면서 파묻혀 버렸다.


그때는 아직 내가 이 마을에 들어와 살지 않아서 세밭 또랑이 사라지게 되는 사건을 몰랐었다. 동네 사람들도 찬샘을 통하여 집집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편리하게 쏟아져 나오게 되니 빨래터의 갈 일도 없어져 세밭 또랑의 필요성도 사라졌다. 마을 사람들 중에도 마을의 역사나 문화적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도 없었기에 아무런 대응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사라질 위기의 못 샘

지금 못 샘도 이러한 상황이었다. 찬샘 물을 집집마다 공급받게 된 이후로, 우물로 가는 사람들이 발길이 끊어지고 주변은 온통 수풀로 우거져 갔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차츰 잊혀가고 단지 우물가 있던 향나무는 홀로 커서 보기 좋은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건축업자들이 어떻게 알고 향나무를 부잣집 조경수로 옮겨 심으려고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가 되고 있는 상황을 알고 반장님이 대처를 하기 위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이윽고 반장과 나는 서로 시간을 맞추어 동네 젊은 사람들과 톱과 낫을 들고 못 샘으로 올랐다. 못 샘은 입구부터 온통 잡풀이 우거져 있었다. 향나무는 샘 위쪽과 붙다시피 하여 자라서 방향이 아래로 활처럼 휘어져 못 샘 전체를 지붕처럼 덮고 있는 자태가 건축업자들이 탐을 냄만도 하다. 톱으로 잡목들을 잘라내고 낮으로 풀을 베어 주어 더운 날씨에 온몸에 땀이다. 하지만 못 샘을 훼손의 위험에서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하게 되었다.



우물은 퍼야 깨끗해집니다!

주변을 정리하고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오랫동안 방치하였음에도 물은 맑고 깨끗했다. 우물 바닥 구석 쪽에서 샘물이 여전히 퐁퐁 솟아나고 있는 모습은 반갑고 신기했고,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흙들이 샘물 바닥에 많이 가라앉아 있어 샘물 고유의 청청함을 다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샘물은 퍼야 깨끗해집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반장이 먼저 말을 하여 더욱 공감이 되었다.


풀 베는 작업을 다 마쳤다. 내려오는 길에 반장이 “이제 좀 됐습니다! 이제 동네 사람들도 못 샘을 이렇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 나무를 쉽게 팔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물에 물을 퍼내고 우물 안을 청소해 주는 작업을 또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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