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왕년

by 별들의강


밤 8시. 버스를 이용하기엔 늦은 시간이다. 구도심 바닷가 쪽에서 이 시간에 빈 차를 잡기란 쉽지 않다. 자전거로 가기엔 멀고, 탈 복장도 아니다. 새만큼콜에 전화해 택시를 불렀다.


금요일 밤에 도심에서 먼 곳까지 서둘러 가는 이유. 탁구 때문이다. 진포배 탁구대회가 토요일부터 열리고, 하루 전날엔 군산 지역 동호인 경기가 있다. 이번엔 일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다.


월명체육관이라고 행선지를 말하자 기사님이 묻는다. 무슨 행사가 있냐고. 탁구대회가 있다고 답하니 “탁구요?” 하면서 백미러로 힐끗 쳐다보고는 실내등까지 켜며 얼굴을 살펴본다.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이 분위기. 탁구 좀 치시는 분일 것이다. 예상이 맞았다.


왕년에 탁구 좀 쳤지”라며 슬슬 발동을 건다. 칠순을 넘긴 연세니, 기사님의 왕년은 말 그대로 3, 40대의 젊은 날이었다. 승급 제도도 없던 시절에 선수 출신들과도 칠만큼은 되었다 하고, 탁구장 관장 누구누구의 이런저런 애경사까지 꿰차고 있었다.


그래서 한때 탁구 좀 치셨구나 생각했는데, 시니어 대회 참가 선수로 조금 전까지 경기장에 있었다고 하신다. 그러니 월명체육관으로 향하는 내가 얼마나 반가웠을까. 이야기가 ‘한때’와 ‘지금’을 정신없이 오가다 보니 어느새 체육관이다.


헛, 6천 원대를 예상했던 요금이 어느새 7천 원을 넘어섰다. 이쯤에서 내려 밤공기 좀 마시며 걸을 생각인데 기사님이 놔주지 않는다. 좌회전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게 아니란다. 출입구까지 모셔다 주겠다 하신다. 동문이 닫혀 있다. 조금 더 직진하니 9천 원에 육박한다. 다행히 남문은 열려 있었다.


환하게 밝은 출입구를 지나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주욱 늘어선 탁구대, 대회를 알리는 플랫카드, 다음 경기와 팀을 부르는 안내 방송, 톡탁톡탁 탁구공이 오가는 소리. 탁구대 앞에서 경기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 볼 하나에 탁구대 위로 몸을 던지는 여자부 선수, 응원 나온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금요일 밤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가장 뜨거운 자기만의 왕년을 만들고 있다.





*왕년(往年): 지나간 해.

'왕년에'는 '옛날에'처럼 과거의 특정 시기를 가리키며, '한 때는'처럼 과거의 상태·경험을 회상할 때도 쓴다.

우리는 모두 미래의 왕년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