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by 별들의강



이 책은 위화가 2009년 미국 퍼모나 대학(Pomona College) 강연을 준비하며 쓴 원고를 바탕으로 2010년에 출간한 책이다. 그는 자신이 자라며 겪은 문화대혁명(1966~1976)과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을 10개의 단어로 풀어낸다. 그것을 위화는 뿌리와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은 지금까지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다. 휘황찬란해 보이는 오늘의 결과에서 출발하여 어쩌면 오늘의 불안이 되고 있는지도 모를 원인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위화가 소개하는 10개의 키워드. 거기에는 ‘독서’, ‘글쓰기’, ‘루쉰’처럼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 있고, ‘산채’와 ‘홀유’ 같은 생소한 단어도 등장한다. 또한 ‘인민’, ‘혁명’, ‘풀뿌리’처럼 익숙해서 내용이 짐작되는 단어도 나온다. 단어들이 다루는 내용이 흥미롭고 위화의 글맛을 잘 느낄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단어들이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지금의 중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뿌리로 제시된다는 것이다. 위화는 뿌리에서 자라난 사회갈등과 문제들이 이미 무성한 잡초처럼 퍼져 있지만, 초고속 성장이라는 낙관적인 정서에 가려져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위화는 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을까.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을 제안했을까. 그렇지 않다. 위화는 다만 보여줄 뿐이다. 마오쩌둥 시대의 광기와 개혁개방 시대의 욕망을, 어떤 판단도 덧붙이지 않은 채 나란히 놓는다. 그 결과 이 책은 이상하게도 건조한데, 읽다 보면 소설처럼 흘러간다. 이 부분이 앞서 읽은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사>와 다른 점이다.


덕분에 우리는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의 속살을 새롭게 볼 수 있고, 마오쩌둥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위태한 삶을 떠올리고, 무엇보다도 두 세계를 관통하며 작가로 성장하는 위화의 모습을 생생히 그려낼 수 있다. 위화는 이 과정 전체를 고통이라 부른다.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살아 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의 고통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며 결국 글로 옮겨야 하는 사람의 고통도 있다. 그리고 위화는 두 고통이 만나는 지점에서 이 책을 썼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책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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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죽음은 서늘한 밤이다”라는 하이네의 시구를 읽게 되었다.

그러자 오래전에 사라진 유년의 기억이 내 전율하는 마음속에서 순간적으로 되살아났다. 방금 목욕을 한 것처럼 맑고 뚜렷했다. 그리고 다시는 이 기억이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만일 문학에 정말로 신비한 힘이 존재한다면 나는 아마도 이런 것이 그 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독자로 하여금 다른 시대, 다른 나라, 다른 민족, 다른 언어, 다른 문화에 속한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느낌을 읽을 수 있게 하는 힘 말이다. 하이네가 쓴 시가 바로 내가 유년 시절 영안실에서 낮잠을 잘 때의 느낌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다.” 107



“스물아홉 살이던 그 밤에 나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민이 단결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빛보다 더 멀리 전달되고 그들 몸의 에너지가 그들의 목소리보다 더 멀리 전달되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인민’이라는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39



“나는 매번 위대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작품을 따라 어디론가 갔다. 겁 많은 아이처럼 조심스럽게 그 작품의 옷깃을 붙잡고 그 발걸음을 흉내 내면서 시간의 긴 강물 속을 천천히 걸어갔다. 아주 따스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여정이었다. 위대한 작품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끌어준 다음, 나로 하여금 혼자 걸어가게 했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그 작품들이 이미 영원히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04


...

이 책에는 읽기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문장들이 너무 많다.

가다 서다, 적고 또 적고, 내 생각을 덧적으며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무래도 위화 역시 위험한 사람이다.

영상의 욕망이 지배하는 시대에

그는 우리를 멈추게 하고, 결국 쓰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경험과 같다.

혼자서 뭔가 경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을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직접 써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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