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불편한 휴일을 걸으며

by 별들의강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고 찜찜하다. 느낌이 그렇다. 남들 일하는 시간에 아무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인데, 한편으로는 어색하고 불편하고 심지어 초조한 감정까지 따라붙는다. 주말처럼 느긋하게 늘어지고 빈둥거릴 수 없는 게 평일의 휴일이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뭔가를 해야 할 것 같다.


월명산에 올랐다. 높지 않은 산이라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그럼에도 산은 산이다. 평일에 산에 오른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이 든다.


어찌 보면, 산행은 자기 위로에 가까운 일이다. 같은 목적지에 이르는 길을 걸으며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았다는 안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소소한 자신감, 그리고 세상을 한눈에 담는다는 막연한 포부까지 얻는다. 그러나 오늘 목적지는 꼭대기가 아니다. 아무 목적 없이, 봄이 되었으니 꽃을 보고 바람맞으며 그저 사부작사부작 걸을 뿐이다. 월명산의 벚꽃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일정이 세 개나 남아 있다. 책부터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라는 도서관 문자가 어제부터 와 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시립도서관에 있으면 탁구장과 바로 이어지는데, 이번에도 책은 다른 곳에 있다. 자전거를 조금 더 타야 한다. 위화의 <형제> 1, 2권과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가방에 담았다. ‘거대한 차이’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내 창작에 키워드가 있어야 한다면 그 단어는 바로 일상생활이다. 일상생활은 평범하고 사소하고 잡다하지만 실은 풍부하고 폭넓고 사람 마음을 흥분시키며, 게다가 삼라만상을 포괄한다.”


일상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말은 새롭지 않다. 다만, 대부분의 우리와 다르게 작가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반복되는 지루함으로 보이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에게 일상은 가장 익숙한 데서 가장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수행의 장이다. 일상은 멈춰 있는 시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라 말하는 듯하다.


세 권을 반납하고 다시 세 권을 빌렸다. 위화 읽기의 마침이 될 <무더운 여름>과 한강 작가의 책을 빌렸다. 한강 작가를 고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시대의 상처를 어떻게 말할까. 위화가 사건과 사건 사이의 간극을 보았다면, 한강은 어디를 바라볼까.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까. 그 책을 천천히 읽어야겠다.


책을 빌리자마자 단편 소설집 <무더운 여름>부터 열어봤다.


“어느 날 가난하고 초라한 마흔세 살의 한 시인이 자기 책장 앞에 섰다...”


시작부터 흥미롭다. 나도 늘 어떤 책을 읽을지 망설이는데 등장인물이 가난한 시인이란다. 분명 뭔가 재밌는 전개가 이어질 듯하지만 탁구장으로 가야 해서 책을 덮었다.


산책, 도서관, 탁구장까지. 평일의 휴일이 생각보다 분주했다. 나름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을 보냈다. 침대에 누워 스탠드를 켰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처럼 나도 잠자기 전에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손에서 책이 미끄러지면 불을 끄고 잠에 든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펼쳤다. 최근에 받은 상으로 도서관 대출이 쉽지 않은 책이다. 1장 결정(結晶).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성근 눈을 떠올리고, 검은 통나무들을 심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웅크린 어깨 위로 쌓이는 눈을 또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책을 떨구고 있었다.


평일에 쉬는 것과 주말에 쉬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럼에도 하루의 끝은 언제나 같고,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그 사이를 조금 다르게 걸었을 뿐이다. 오늘의 이 낯선 일상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을까.


20260408_112802.jpg 2026.04.08
20260408_113158.jpg
20260408_113818.jpg
20260408_123731.jpg


그리고 장군!

20260408_123850.jpg


사랑할 때다

월명산에 오르시라

20260408_112729.jpg


그리고

다시 꽃

20260408_13060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