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하루가 아름답기를

서래포구에서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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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9.14), 서래포구 앞을 지나다 그만 사로잡혔다.

어느덧 배 몇 척 띄우는 작은 포구로 바뀐

이곳의 밤을 맞는 모습이 꿋꿋하고 대견한데

쓸쓸하고 고요하더니 어느새 경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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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서래포구를 '슬애포구' 또는 '경포'라고 불렀다.

슬애는 서래의 군산식 발음이고,

‘서울에 가는’ 포구라는 뜻이다.

이를 한문으로 옮기면 서울 경(京), 물가 포(浦)를

사용하여 ‘경포’라 부른 것.

서울로 가는 포구였다는 경포는

조선시대 군산의 어업과 상무역이 가장 활발했던 민간인 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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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는 바닷물과 강물, 바다와 마을이 만나는 입구다.

경계의 공간이다.

바다와 육지, 안과 밖, 출항과 귀환 사이에 포구가 있다.

그러자 서래 포구가 묻는다.

그대는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바다로 나아가는가,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려고 하는가.

출발과 귀환?

아니다. 여정은 끝나지 않았다.

출렁이는 파도, 위태로운 뱃전, 등대 잃은 칠흑의 밤에 있다.

모험의 설렘이 불안과 두려움의 경계에 있다.

그러하니 저곳은 귀환을 기다리는 공간,

무사한 여정을 기원하는 바람,

흔들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항해를 응원하는 깃발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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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찾아봤다.

포구에 관한 글은 곽재구 작가가 선점했다.

그의 첫 꼭지가 눈에 확 띈다.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

멋진 말이다.

15쪽, 그의 글이 ‘살다 보면’으로 시작된다.

‘살다 보면’은 내일 발행할 브런치 연재의 내 첫 단어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우연이다.

나는 고요하고 쓸쓸한 풍경의 서래 포구를 사진으로 찍었고

그로부터 연상되는 옛글을 뒤지다

곽재구 작가의 포구기행을 열어 봤을 뿐인데

거기에 떡 하니 눈길을 사로잡는 단어가 박혀 있다.

하나의 계시려니 하고, 나도 내일 글을 “살다 보면”으로 시작해야겠다.


그의 ‘겨울꽃 지고 봄꽃 찬란히 피어라’를 읽어 보자.


“살다 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어떤 사람은 밤새워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빈 술병을 보며 운다. (중략)

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골목골목에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외로울 때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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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외로움 때문에 인생이 아름답다 말한다.

나는 아름답기 때문에 생이 외롭다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들이 미처 깨닫지도 못하게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너무 일찍 깨달은 사람은 너무 빠른 탓에,

여태껏 깨닫지 못하다 이제야 깨닫는 사람은

그 허망한 시절 탓에 외롭다.

아름다움은 너무나 빨리 사라진다.

꽃이 피나 싶더니 잎이 떨어지는 게 아름다움이다.

빛이 물드나 싶더니 금세 어둠이다.

아름다운 것은 다르고 달라서

늘 쓸쓸하고 혼자 있고 철저히 고독스럽다.

아름다움 자체가 외로움이다.


그러니 그대가 외롭다면,

지금 그대는 아름다운 것이다.

아름다우니, 외로운 것이다.

자,

아름다움을 위하여, 오늘도 스스로 외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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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왼쪽이 서래포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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