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곱창이 생각나는 밤, 라면국물이 생각나는 아침

사람들을 생각함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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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있다.

'연탄곱창이 생각나는 밤에, 사람들을 생각함'이다.

이 글에 이웃분이 좋아요를 누르자 엉겁결에 다시 읽게 되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글을 '보완'─나는 이를 퇴고라 한다.

종이에 기록되지 않은 모든 글은 퇴고의 대상이다.

이 덕분에 퇴고에 대한 생각을

'시간이 말해주는 문장의 진실'로 정리했다.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해야겠다 생각 들었다. 결국, 블로그가 아닌

이곳 브런치로 가져와 쓰게 되었다.

블로그는 정보성 콘텐츠에 반응하는 플랫폼이고,

브런치는 그렇지 않은 플랫폼이기에

여기에 쓰는 게 맞을 듯하다.

내게 블로그는 아카이브고, 브런치는 원고지다.

구겨지지 않은 날 것의 첫 생각은 블로그에,

이를 잘 다리고 펼친 것은 브런치에 쓰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욕심 때문이다.

브런치에서 글의 완성도를 올리면

블로그 글을 두고 볼 수 없어 이를 고치고

그 과정에 글이 달라지면 또다시 브런치로 달려가

고쳐야 하는 '욕심'이 반복된다.


이 글이 이렇게 길어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말 간단히 밝히고 넘어가려 했는데

손이 자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주절주절 미주알고주알 속 사정을 꺼내는 것을 보니

나도 지금 상황을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늘 이야기는 합리화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굴레이다.

모든 인간 행위에 합리화가 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노골적 합리화,

즉 거짓말 때문이다.

자세한 사례는 밝히고 싶지 않아

그저 인간을 바라보는 한 시선으로 처리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이제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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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믿지만(정확히는 나를 속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나에게 이 글이 들어왔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고 믿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뿐이다.”

- 윌리엄 번스타인, 군중의 망상


사람들이 떠도는 이야기를 주어다 꿰맞추는 이유는 합리화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실험에 따르면, 이렇다.


인간은 합리성(rationality) 보다

합리화(rationalization)에 더욱 치중한다.

- 윌리엄 번스타인, 군중의 망상


‘떠도는 이야기들’은 합리화를 거치며 ‘신념’이 되기도 한다.

떠도는 이야기들이 신념이 되는 과정을 유추하면...


자신의 직관,떠도는 이야기들 가운데 귀에 빡 꽂힌 것,

그래봐야 오랫동안 길들여진 생각, 가치관, 믿음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불이 들어오면,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 data를 열심히 뒤진 다음,

이들을 조합하여 information으로 만들어

현장에서 대화로 방출(합리화)하거나

암묵적인 knowledge로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wisdom처럼 꺼내 쓰며 '믿음'을 형성한다.


나를 포함한 내 앞에 앉는 대부분 사람들의 사고가 이러하니,

나는 온갖 허풍을 떨어가며 그를 예우하는 척하거나

그저 멀뚱멀뚱 찻 잔을 바라보다 홀짝홀짝한다.

조금 현명한 사람은 대화 주제를 바꾸고,

정말 현명한 사람은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말을 아끼거나 대꾸하지 않는다.

침묵과 '조용'은 지혜로운 처신, 아무나 하기 어려운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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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믿음과 배치되면 자료와 수치를 제시해도

믿으려 하지 않고 기존의 신념을 버리려 하지도 않는다.

대개는 제시된 자료와 수치를 외면하고,

그것이 여의찮을 때도 자신의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며,

심지어 대상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기까지 한다.”

- 윌리엄 번스타인, 군중의 망상


이로부터 얻는 교훈!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더 애써야 할 일은 불행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불행은 떠도는 이야기, 즉 뉴스를 두고 타인과 논쟁하는 것이다.


불행은 내가 알 수 없는 일,

그들도 결코 알지 못하는 일,

그것을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의

입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말 중요한 교훈은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다!

세상에는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만 갖고 떠드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고유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고 믿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을 뿐이다.”


떠도는 이야기로 떠드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연탄곱창이 생각나는 '답답한 밤'이다.

"한우네곱창" 추천(군산시 나운동) ... 당연히 '순돌이곱창'(신창동), '올레곱창'(나운동)도 추천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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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떠드는 이야기에 신경 쓰지 않고,

대화에 그저 응응 그러고,

뉴스도 덜보고, 디지털 시대에 부적응하는,

그런 사람, 가장 단순한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제 올린 연재(나는 길 위의 고양이로소이다)는

몽테뉴의 <에세> 12장을 참조했는데, 거기에 이런 글이 나온다.


단순함이 우리를 불행 없는 곳으로 이끄는 것이라면,

우리 조건으로는 최상의 행복 상태로 이끄는 것이기도 하다.”


12장 전체의 맥락과 연결시켜 보면, 이런 뜻이다.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선의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이며,

이 상태에 도달하는 길은 ‘단순함’에 있다.


단순함!


몽테뉴는 말한다.

인간 조건에서 진짜 행복이란 ‘불행이 없는 상태’ 일뿐이라고.

그리고 그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길은,

거창한 사유가 아니라 단순함이라고.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추구하며 더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삶의 중심에서 멀어진다.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함은 가장 고귀한 저항이다.


시원한 라면 국물이 생각나는 '단순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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