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는 바보

by 별들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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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늦은 저녁.

갑자기 퍼붓는 비가 예사롭지 않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그칠 비가 아니다.

자정이 훨씬 지났다.


주인아주머니가 우산을 빌려주겠다는데

그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천둥번개가 치고 빗방울은 후드득후드득 바닥에 꽂힌다.


그냥 비를 맞기로 했다.

세찬 빗줄기가 정수리를, 가슴을 때린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빗물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셔츠는 살갗에 착 들러붙었고,

신발 속엔 물이 찰박찰박 넘쳤다.


사거리 귀퉁이는 모여드는 빗물로 잠기고 있었다.

밤새 296mm의 비가 내렸다.

군산의 밤하늘은 무너져 내리듯 폭우를 쏟아냈다.

같이 걸으실까요.


나탈리 골드버그는 ‘작가는 비를 맞는 바보’라고 했다.

폭우가 쏟아지면 사람들은 우산으로 비옷으로

심지어는 신문지라도 써서 비를 피하는데

작가는 노트와 펜을 들고 빗속으로 들어서는 바보라고 적었다.

그렇게 작가는 어수룩해도 괜찮은 존재,

예기치 못한 상황마저 글쓰기로 이어가는 존재라 강조한다.


그런데 나는 ‘작가’는 아닌듯하다.

‘작가’는 빗물이 고이는 웅덩이를 응시한다는데

나는 호기심과 장난기 가득한 마음이 발동해

발을 구르고 물을 튕기며 풍덩풍덩 앞으로 나아갔다.


덕분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젖으며 섬뜩한 차가움을 느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빗줄기, 그 속에서 나는 춤을 췄다.

완벽한 해방감, 어떤 억압도 의무도 책임도 규율도 없는 내가 되었다.

폭우 속에서 나는 물방울이었고, 바람이었고, 그저 ‘비를 맞는 인간’이었다.





주문을 외워보자


우리는 누구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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