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능력은 피어나는 것

by 별들의강

# 탁구

군산에 내려오며 시작했으니 어느덧 5년이 흘렀다. 마음은 날아다니는데, 몸은 그걸 따라잡지 못한다. 레슨을 받아도 실력은 더디기만 한데, 그래도 나는 탁구가 즐겁다. 오늘도 일희일비하며 탁구장과 대회장을 오가는 나는 ‘폼생폼사 희망부’다. 이 탁구 때문에 <제대로 연습하는 법>을 읽었다.

사진: 교보문고
사진: 아마존닷컴


나의 궁금증은 한결 같다.


어떻게 초보자로부터 숙련자(master)가 될 수 있는가?

어떤 일을 성인이 된 이후에 시작해도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할까? (43)


책이 강조하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새로운 기술을 숙달(Mastery)한다는 것은 타고난 재능이나 단순한 규율로 '쌓아 올리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작은 조각들을 조합하고, 다시 조합하면서 더 큰 전체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창발(emergent)의 과정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학습의 본질이며, 인간 고유의 능력이기도 하다.


즉, 숙달이란 고정된 기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과 감각을 유연하게 엮고, 끊임없이 재구성하여 이전에 없던 무언가를 피워 올리는 일이다. 아마존닷컴도 이 책을 소개하며, 숙달이란 구축(build)이 아니라 ‘피어남(bloom)’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자신의 언어 습득 경험—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독일어에 이르기까지—을 통해 인간의 학습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그에게 언어는 배움의 은유다. 언어든, 음악이든, 스포츠든, 예술이든, 모두 작은 단위의 감각과 기술들이 결합되어 전혀 새로운 전체로 출현(emerge)하는 여정이다.


# 테니스

그는 테니스를 사례로 든다.


“테니스를 하면서 나는 내가 어린 시절 배운 모든 스포츠를 가져다가 조합해서 한 스포츠에 집어넣었다. 야구의 공 던지고 받기, 농구의 슛, 패스, 풋워크, 미식축구의 공 던지기가 모여 오늘날 내가 테니스라고 부르는 콜라주가 되었다. 이 새로운 스포츠는 마치 키메라와도 같다. 한 스포츠는 여러 스포츠에서 가져온 조각들을 하나로 엮어 넣은 조합의 산물이었다. 내 사고의 흐름에서 테니스와 같은 복합 기술의 학습은 언어 학습과 동일하다.”


그런데 문제는 저자 개인의 경험, ‘동일하다’는 자신의 주장이 독자에게 얼마큼 잘 전달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제대로 연습하는 법>에는 ‘연습하는 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 실질적 조언이 없기 때문이다.


책이 많은 사례와 원칙을 제공하지만, 이 모든 사례들이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되지 못한 채 흩어져 있다. 구체적인 통찰 없이 “이랬더라, 저랬더라”의 회고에 머문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연습 계획을 짜야 할지”, “유연성(숙련의 한 원칙)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등 실전적 가이드도 충분치 않다. 그래서 독자가 자신의 구체적 분야(예: 글쓰기, 음악, 스포츠 등)에 맞게 변형시키고자 한다면, 다소 막막할 것이다.


# 작은 것들

그럼에도, 저자는 강조한다.


“작은 것들이 모여 더 큰 전체가 출현(emergence) 한다.”


“이 책에는 많은 작은 것들이 쌓여서 훨씬 더 큰 뭔가가 되는 과정의 예들이 충분히 많이 나온다.” (311)


“나는 당신이 향상으로 가는 당신만의 여정에서 계속해서 작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란다.” (313)


책 곳곳에 등장하는 이 “작은 것들”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앞에서 예로 든 테니스 기술의 디테일인가? 가령, 이런 것?


“테니스 경기에서의 서브는 여러 가지 운동 프로그램의 집합이며, 그 프로그램들이 조합되고 재조합되면서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특히 복합적인 기술로 꼽히는 샷을 만들어 낸다.” (76)


또는, 서문에서 밝힌 야구, 농구, 미식축구에서 가져온 작은 기술들의 조각을 말하는가?


현재로서는 ‘작은 것들’의 정체를 명확히 가려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읽기로 이해해 보건대,

더 큰 전체를 촉발하는 작은 것은

하나의 기술 전체를 구성하는 ‘세부 동작’, ‘자세’, ‘리듬’ 정도로 읽힌다.


글쓰기에 몰입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써보는 한 문장,

좋은 문장을 옮겨 적는 필사,

한 문단을 끝까지 다듬는 행위,

내가 좋아하는 문장의 리듬을 찾아보는 일?


그렇다면, 탁구에 몰입하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자기만의 조각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반복하고, 조합하면서,

어느 날 전체가 떠오르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애매하게 말하고 있는 작은 것들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결국, 독자가 자기 맥락에서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작은 것을 반복하고, 연결하고, 익숙해지면,

언젠가 ‘전체’가 출현(emergence) 한다.

무엇이 작은 것이냐고? 그건 당신이 찾으셔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한계이자 동시에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는 지점이다.


무엇보다도, 숙달(Mastery)을 선형성이 아닌 비선형성, 즉 창발주의(emergentism)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점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될 것이다. 조지 레너드의 <마스터리>와 로버트 그린의 <마스터리의 법칙>을 읽은 소감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임무는... "



나는 폼생폼사 희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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