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고집

비켜선...

by 별들의강


나는 조금 전 노란 은행 잎을 밟고 왔다

바삭하지도 않게 축 젖은 은행 잎

나는 저들

땅에 떨어져 수북이 쌓인 잎들을 처음 봤다


아니

오래전에 이미 봤던 것들이다

그들이 일제히 말한다


말하라고

그대가 품은 이야기

하나도 재미없고 후줄근하고

이미 누구나 아는 이야기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

누구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을 마치라고

왜냐하면 앞으로 결코 듣지 않을 것이니


나는 절대 그러지 않으마

씨익 웃고

자전거에 페달을 밟았다


11월의 끝자락
사람 하나 없는 도심 4차선 거리는

저녁 여섯 시도 아니 되었는데

벌써 밤의 기척을 닮았다


몇몇 간판에 외로이 불이 켜지고

낡은 포스터만

그저 옛 시절을 잊지 않겠노라 펄럭인다


길 위에는 나 하나뿐
노란 은행잎은

누군가 오래전 놓아두고 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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