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어떤 글을 쓸 것인가
달력 한 장을 넘겼더니,
12월이다.
딸랑, 한 장 남았다.
덩그러니 남은 달력은
벽 한쪽에서 울리는 종소리다.
올 한 해 너는 무엇을 남겼는가.
이제 남은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책장과 서랍은 정리되지 않았고,
연락하겠다고 적어둔 이름들은 메모지 구석에 그대로 남아 있고,
읽고 써야겠다 마음먹은 책과 글감도 처음 그대로다.
올 해의 첫새벽이 희미해지고, ‘벌써’의 12월이 도착했다.
긴장하시라,
12월은 무시무시한 달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쓸어 담아 한꺼번에 폐기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이 달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속도를 늦춘다는 점이다.
이 속도 제한 장치 덕분에 묻는다.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한 가지 생각을 했다.
12월에는 어떤 책을 읽을까.
1. 국립중앙도서관의 추천 도서
국립중앙도서관이 12월의 추천 도서를 내놓았다.
“한 해의 끝에서 내면을 비추고
새해의 길을 열어가는 시기,
나를 위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보세요.”
라고 한다.
행복을 주제로 한 12권의 목록에서
내 시선을 붙든 책은 두 권이다.
*최재천, 최재천의 희망 수업 (2025)
*장강명, 먼저 온 미래(2025)
(참고)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사서추천도서’ 코너를 방문해 보시라.
https://www.nl.go.kr/NL/contents/N20500000000.do
2. ‘모두의 인생책’이라는 질문
국립중앙도서관이 '행복'을 물었다면, 교보문고는 '인생'을 묻는다.
https://event.kyobobook.co.kr/make/241279
당신을 만든 책은 무엇인가.
12월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질문이 있을까.
인생책이란,
읽은 뒤 마음의 방향을 바꾸게 한 책이다.
지식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나라는 존재를 재배열하게 하는 책.
400여 명의 인생책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거창한 고전이 아니다.
화려한 대가의 책도 아니다.
대부분이 생활인의 책,
삶의 한 페이지를 바꿔준 작고 정확한 문장들이다.
3. 겨울은 삶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절
12월의 추천 도서와 인생책 캠페인을 소개한 것은
12월이라는 겨울의 시작이 새로움을 기획하기에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읽기로 자신의 삶을 바꾸려면, 그 절실함이 강하다면 이 겨울을 꽉 붙들어야 한다. 겨울은 내 삶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킥 오프(kick off)의 시간이다. 새로운 마음과 행동을 다짐하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프로젝트를 후원할 선생(저자)도 선발해야 한다. 그래서 겨울은 새로움을 기획하는 뜨거운 시간이다. 미리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이효정, 길 끝에서 길 찾기, 나가는 글 중에서)
4. 인생책과 글쓰기
사람들이 꼽은 인생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속에는 대체로 이런 뜻이 담겨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로 여기 있네”
한번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읽은 뒤에도 계속해서 나를 부르는 책.
삶의 방향을 미세하게 틀어주는 책.
사람들이 생활인의 책을 인생책으로 꼽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내 책을 검색해 봤다...
결국, 다짐하듯 생각을 정리해 본다.
사람들의 인생책에 오르는 날은 없을지라도
나는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사람들 마음에 오래 남는 글,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존재의 방향을 바꾸고,
사유의 틈을 열어주고,
시간이 흘러도 계속 호출당하는 글.
그런 글은 이렇게 쓰일 것이다.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투명하고 뾰족한 글!
나는 글을 통해 존재가 새로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