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약속: 나를 구하고 세계를 지키는 힘

9. 관점

by 별들의강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보다도 깊고 날카로운 사유를 가진 사람이라면? 자연히 우리는 더 큰 흥미를 가지고 몰입하게 된다. 그들의 생각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공자의 관점을 취할 것이고, 어떤 이는 니체를, 혹은 워런 버핏과 같은 ‘거인’의 관점을 빌려 세상을 해석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사유를 삶에 버무려 자기만의 사유를 만든다. 그들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을 자라게 한다.


이렇게 생겨나는 생각의 차이를 ‘틈’이라 하자. 읽기란 마음속에 작은 틈을 여는 일이다. 이것은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균열이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질문하기 때문이다. 숱한 ‘거인들’이 읽는 이를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시선이 탄생하면서, 우리는 어제와 다른 내일을 갈망한다.


놀라운 것은 읽는 사람 스스로 이 틈을 메울 방법을 탐색하며 길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균열을 메우기 위해 찾은 영감을 삶에 던져 넣을 때, 열망은 보다 구체화되고 선명해진다. 책을 읽으며 틈을 채워가는 이 활동, 즉 세상을 읽으며 나를 무장하는 활동이 바로 변화의 기술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한 권의 책이 삶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으며, 많은 책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무작정 읽는다고 변화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읽기는 언제나 기교(art)이고 기술(skill)이다. 이는 신호를 판독하고 해석하는 기교이며, 새로운 관점을 취득하는 기술이다. 그것은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자기 수련의 과정이다.


수련에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까. 신경 과학자 다니엘 레비틴은 세계 정상급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곡가, 선수, 작가 등 분야를 막론하고 이 숫자가 등장한다. 이는 그만한 수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1만 시간'은 세계 정상급을 지향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는 이미 적어도 1만 시간 이상을 살아왔다. 우리는 단지 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았을 뿐,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방대한 경험치를 축적했다.


이것은 지나온 삶에 이미 미래의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나온 시간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반드시 빛을 발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우리는 일반적인 통념과 고정 관념을 따르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의 시선으로 그 영역을 읽어내야 한다. 그 순간, 번뜩이는 섬광처럼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삶의 숨은 잠재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밝히는 실마리다. 그러니 바로 그곳에 ‘기술’을 집중하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항상 위대한 ‘거인들’이 돕고 격려할 것이다. 차이가 있는 삶이란 결국 오랜 관찰과 사색의 결과물이다.


우리에게는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이 스티븐 핑커가 말한 인류의 희망을 낳았고, 워런 버핏을 세계 최고의 부자로 만들었다. 이 시간을 위해 빌 게이츠는 정기적으로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가졌고, 스티브 잡스는 정말 필요하다고 느끼는 때를 제외하고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은 『퓨처 마인드』에서 디지털 시대의 과잉 자극이 우리의 집중력을 갉아먹고 사고력과 판단력을 떨어드린다고 말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 역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스크린 미디어가 뇌의 구조를 바꾼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연습이 책 읽기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말한다. “깊이 읽을수록 더 깊이 생각한다.”


깊게 생각하기의 필요성을 가장 흥미롭게 표현한 이는 워런 버핏의 오랜 동료 찰스 멍거다. 그는 “투자자가 스스로 사고할 때에만 자신의 잠재력을 100% 실현할 수 있다. 여러분이 이성을 유지한다면, 세상의 어리석음이 여러분을 도울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깊은 사고로 세상을 놀라게 한 찰스 다윈 역시 생각하기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스스로에 대해 판단해볼 때 나는 다른 사람이 앞서 간 길을 무작정 따라가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나는 점점 자유롭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찰스 다윈,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사유는 연습과 노력이 빚어낸다. 그 수련의 가장 오래된 도구가 책이다. 책 읽기는 기교이고 기술이며, 생각을 숙성시키는 과정이다. 책 읽기로 우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만들고, 타인을 이해하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더 이상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스티븐 핑커의 분석은 곧바로 경고가 된다. 인간이 독서를 통해 타인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었던 능력을 잃는다면, 인류가 어렵게 벗어난 폭력이 다시 일상의 장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세상의 어리석음’으로 소수가 이득을 보는 세계는 우리가 바라는 세계가 아니다. 언제나 어리석음 보다는 현명함이 나은 법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나를 구하는 일이다. 세계의 평화를 조금씩 확장하는 일이고,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감각을 되살리는 일이다. 한 권의 책에 이렇게 거대한 약속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해 가는 중이다.


● 찰스 다윈의 삶이 궁금하다면 Part 2. 찰스 다윈을 참조하시라.(발행 전)

● 니콜라스 카의 생각과 만나려면 Part 2. 니콜라스 카를 참조하시라.(발행 전)





※ 이 글은 2015년 3월에 낸 『언더라인』을 다듬어 올린 글입니다.

'언더라인'의 기대 독자층은 '2초3초(20대초~30대초)'이고 '청춘'입니다.


* 청춘靑春

과거에는 10대 후반~20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이르는 말이었다. 지금은 교육의 장기화, 취업 지연, 결혼·출산의 늦춤 혹은 포기가 일상화되면서, ‘청춘의 시기’가 30대 초반까지 연장되었다. 여기에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만드는 것"이라는 진단까지 등장한다. 결국, 청춘이란 나이보다 ‘미완의 가능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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